일베 요청에 노무현 전 대통령 희화화 포장지 사용
관련 보도에 누리꾼들 비난 댓글..무차별 손배소 제기
일부 소송은 원고 패소..관련 1심 판결 엇갈려
관련 보도에 누리꾼들 비난 댓글..무차별 손배소 제기
일부 소송은 원고 패소..관련 1심 판결 엇갈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표현이 적힌 포장박스를 사용해 구설수에 올랐던 호두과자 판매점 대표가 자신을 비난한 누리꾼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 위자료를 받게 됐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14단독(김현정 판사)은 충청남도 천안시의 한 호두과자 판매점 대표 A씨가 누리꾼 7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각 10만원씩 원고에게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단, 소송비용 중 99%는 A씨가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가게 일을 돕던 A씨의 아들 B씨는 2013년 7월 일간베스트(일베)에 비용을 주고 광고를 올렸다가 한 회원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한 포장박스와 함께 얼굴을 코알라에 합성한 스탬프를 받았다. 해당 포장에는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문구인 ‘고노무 호두과자’ '중력의 맛‘ ’추락주의‘ 등이 적혔다.
B씨는 일베 회원의 요청에 따라 호두과자를 주문받으면 이 포장박스에 담아 스탬프와 함께 다른 일베 회원들에게 배송했다.
관련 사실이 논란이 되면서 보도로 이어졌고, 누리꾼들은 기사에 “돈만 되면 영혼도 팔아 처먹을 개XXXX” “사형시키고 저놈 얼굴로 제품 만들어서 팔아라” “미친X 분명히 친일 앞잡이야” “사장XX 면상이랑 신상 좀 털어줘” “호두과자 장사꾼아! 망해라” “인간이길 거부한 놈”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이에 A씨는 아들을 대신해 누리꾼들을 모욕죄로 고소했고, 검찰은 이들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와 별도로 A씨는 누리꾼들을 상대로 1인당 400만~5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누리꾼들은 재판 과정에서 “댓글은 문제가 된 판매행위를 한 B씨에 대한 것이므로 A씨는 모욕의 피해자가 될 수 없어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댓글로 모욕을 당한 피해자는 A씨라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돼 있어야 한다”면서도 “피해자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표현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해 볼 때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으로 알아차릴 정도면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들의 댓글은 기사에 등장하는 ‘호두과자 업체’와 그 대표자를 비난하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A씨의 아들 B씨가 영리 목적으로 일베 회원의 요구에 응해 노 전 대통령을 회화화하면서 그의 죽음을 조롱하는 내용의 포장지와 스탬프를 이용한 판매행위를 했다”며 “그 결과 이들의 점포가 유명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청구액에 훨씬 못 미치는 위자료만을 인정했다.
A씨는 다른 누리꾼들을 상대로도 잇달아 소송을 냈으나 원고 패소 판결이 나오는 등 재판부별로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