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EU가 협상할 의지가 없다고 비난하고 있고, EU는 영국내 강경 브렉시트파의 입지를 약화하기 위해 노딜 브렉시트 비상계획을 추가로 시행하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다.
오는 24~26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영국, 독일, 프랑스 정상이 따로 만나 브렉시트 논의에 나서기까지 양측의 힘겨루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과 EU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노딜 브렉시트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협상이 치킨게임 양상이 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브렉시트 협상도 노딜을 놓고 양측이 조금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영국은 지난달 보리스 존슨 총리가 취임 연설에서 밝힌 것처럼 마감시한이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탈퇴한다면서 아일랜드 국경 설치 배제(백스톱) 문제 등 일부 논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미니 딜'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EU는 미니딜이 EU 회원국인 아일랜드를 고립시키고, EU 단일시장도 해칠 것이라며 테리사 메이 전 총리와 EU가 맺은 합의를 물리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EU 관계자는 "EU의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영국과 미니딜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협상이 진전될 기미가 없는 가운데 영국, EU 모두 노딜 브렉시트가 불기피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기울고 있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달 총리 취임 이후 내각의 노딜 브렉시트 비상계획을 채찍질하고 있다.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노딜 브렉시트라도 실행하겠다는 존슨의 의지는 브렉시트 영국측 새 협상대표로 지난주 EU와 협상에 나섰던 데이비드 프로스트의 강경 입장에서 재확인됐다.
EU도 노딜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절감하는 분위기다. EU 외교관계자들은 존슨이 노딜을 강행할 경우 영국 하원의 반브렉시트파 의원들이 이를 차단하는데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집권 기민당 브렉시트 대변인 데트레프 자이프는 "브렉시트 마감시한이 공식 연기되지 않는 한 (영 하원) 의원들의 어떤 선언도, 의회의 어떤 결의도 브렉시트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EU 외교관계자는 "(메이 전 총리와 맺은) 브렉시트 합의안은 영국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어떤 브렉시트 방안도 영국 하원은 다룰 수 없다"면서 "결국 노딜이 논리적인 귀결"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EU가 양보하는 것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일랜드 백스톱에 관해 EU의 단일대오가 흐트러질 가능성은 낮다면서 이는 아일랜드와 EU의 연대에 필수불가결한데다 EU 단일시장의 통합을 유지하는데도 긴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U는 노딜 브렉시트가 나머지 27개 회원국에 미칠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는 있지만 물러설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EU 관계자들은 특히 노딜 브렉시트가 닥치더라도 이는 '관리가능'하며 더 이상은 "극적인 시나리오가 아니다"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 또 충격은 EU보다 영국이 더 클 것이라며 영국이 과연 이를 현실화할 수 있겠느냐는 기대감도 일부 나타내고 있다.
EU는 영국내 강경파가 노딜 브렉시트를 밀고 나가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EU의 비상대책 역시 10월 31일까지 추가로 더 내놓지 않기로 했다. 상황을 완화시키려는 EU의 노력이 영국 강경파에 노딜 브렉시트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노딜을 강행하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한편 아일랜드 백스톱 문제로 영국과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총리는 벨파스트 연설에서 노딜이 '회피불가능'하다고는 믿지 않는다면서 희망을 놓지 않았다.
바라드카 총리는 "노딜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면서 "(이전에 맺은) 브렉시트 합의를 비준하거나 (EU탈퇴 규정인) 리스본조약 50조항 연기 또는 철회도 있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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