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일반

암호화폐 거래소 '유명 코인' 깜깜이 상장… 투자자 피해 속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07 17:04

수정 2019.08.07 17:04

테파·클레이튼 등 프로젝트 거래소 상장 이어지지만 객관적 기준·관련법규는 없어
공지없이 사업계획 바꾸기도.. 유명세 믿고 투자했다 낭패
테라, 클레이튼, 페이프로토콜 등 유명기업을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암호화폐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활발히 상장되고 있는 가운데 프로젝트가 사전 공지없이 사업계획을 변경하거나, 사업전개가 순탄치 않아 상장된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투자결정은 최종적으로 투자자의 몫이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상장에 대한 객관적 기준과 사업변경에 대한 사전공지를 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발행기업의 유명세만 믿고 깜깜이 투자에 나설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명기업이 주도하는 암호화폐들이 상장 이후 가격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불만을 제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거래소도 사업방식 변경 몰라

'암호화폐 간편결제'를 표방하며 등장한 테라는 전자상거래 기업 티몬 설립자이자, 현 티몬 이사회 의장인 신현성 대표가 주도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출범 초기부터 유명세를 탔다. 지난 4월 자체 메인넷 콜럼버스를 출시한 테라는 올 상반기 메인넷을 기반으로 테라 간편결제시스템 '테라X'를 출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관련 국내법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일반 간편결제 서비스 '차이'를 통해 수수료를 낮추는 것으로 사업방식을 변경했다. 사업방식 변경은 암호화폐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5월 테라의 가치담보 토큰 '루나(Luna)'를 상장한 코인원에 따르면 '루나' 가격은 5월말 기준 3000원대에서 현재 1500원대로 하락했다.
'차이' 도입 발표를 앞두고 가격이 크게 하락한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인원은 "차이를 통한 결제로 사업방식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선 상장 당시 몰랐던 것이 사실"이라며 "처음 상장할 때와 현 시점의 테라 로드맵이 같지 않은 것은 맞지만 상장폐지까지 고려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테라의 거래소 상장은 계속 되고 있다. 지닥 거래소는 6월 초 테라의 가치담보 토큰인 루나(Luna) 상장을 시작으로, 테라(Tera) 상장을 완료했다. 고팍스 역시 지난달 테라와 루나 상장을 마쳤다.

■페이코인은 백서도 없이 상장

전자결제서비스 업체 다날 또한 자체 블록체인 프로젝트 페이프로토콜을 통해 페이코인을 발행, 지난 4월 후오비코리아에 최초 상장했다. 하지만 당시 페이코인은 백서(프로젝트 설명서)가 없어 투자자가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토큰분배 방식 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한차례 논란을 빚기도 했다. 페이코인 가격도 상장 당시 400원대였지만 지금은 200원대까지 낮아졌다.

백서가 투자자의 투자결정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개발 초기부터 백서를 공개하고 있다. 페이코인은 곧 자체 백서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백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지닥 거래소에 두번째 상장을 마쳤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백서없는 상장은 계약서 없이 집 구매대금을 받는 격"이라며 "상장심사 검토 단계에서 백서는 기본적으로 제출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투명한 상장기준 없고 법규도 없어

업계에서는 유명세를 타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블록체인 대중화를 앞당길 촉매여서 초기에는 활발히 상장되는 것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 역량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섣부른 상장이 거래소 등 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쓴소리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불투명한 거래소 상장기준과 미흡한 프로젝트 정보공개는 투자자들의 피해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정보보안학과 교수는 "업계에서 '공룡급'으로 불리는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에겐 관련 법규와 근거가 없는 현 시점이 사업을 위한 최적의 기회일 수 있다"며 "투자자 보호조치가 하루빨리 마련되지 않는 이상, 산업 내 자정노력은 요원한 일"이라 말했다.


국내 대형 거래소의 관계자도 "거래소들이 공시제도등 기업과 투자자간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하고 투명한 거래를 실현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rk@fnnews.com 김소라 허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