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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 안간힘에도 경리단길 부활 조짐은 아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1 13:49

수정 2019.08.11 13:49

서울 이태원동에 위치한 경리단길은 나란히 붙은 점포 4곳이 비어있을 정도로 상권이 침체돼 있다. '임대문의' 현수막은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김대현 인턴기자
서울 이태원동에 위치한 경리단길은 나란히 붙은 점포 4곳이 비어있을 정도로 상권이 침체돼 있다. '임대문의' 현수막은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김대현 인턴기자
서울 이태원동에 위치한 경리단길은 신생 골목상권의 대명사다. 과거 육군중앙경리단이 있던 이 곳은 개성 넘치는 식당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문화와 젊음의 공간으로 떠올랐다. 서울 망원동 ‘망리단길’, 송파동 ‘송리단길’, 경북 경주 ‘황리단길’ 등의 원조 격인 경리단길이지만 최근 상권이 죽으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크게 줄었다. 수년간 경리단길에서 음식점을 해온 방송인 홍석천씨가 경리단길 살리기 프로젝트에 나섰을 정도다. 홍씨는 최근 두달여간 방송된 TBS ‘홍석천 오! 마이로드’를 통해 경리단길 상인회와 건물주 간의 대화를 주도하고 구청 등 당국의 관심을 당부하며 경리단길의 부활에 힘썼다.


홍석천 안간힘에도 경리단길 부활 조짐은 아직

그러나 지난 6일 찾은 경리단길은 여전히 활력을 찾지 못한 모습이었다. ‘임대문의’ 딱지가 붙은 빈 점포도 수두룩했고 경리단길 시작점부터 텅 빈 상가가 눈에 들어왔다. 나란히 붙은 점포 4곳도 새 상인을 찾지 못했고 경리단길 맛집 베스트10에 선정됐다던 팬케이크 가게도 문을 닫은 채 ‘임대문의’ 현수막만 보였다. 방송에서 한 임차상인은 “33㎡ 남짓에 월세 500만원을 내려고 하니 당연히 판매가를 높여야 한다”고 토로한 바 있다.

경리단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허모씨는 “방송 후에도 상권이 별로 나아진 게 없다. 방송을 타긴 했지만 기존 임대료가 워낙 비싸고 아직 손님들도 많아지지 않아 여전히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홍석천 안간힘에도 경리단길 부활 조짐은 아직
방송에서 유명 그라피티 아티스트가 그려낸 벽화는 앞에 쌓인 쓰레기더미로 빛을 잃었다. 더운 날씨에 주변은 상한 음식물 냄새가 코를 찔렀다.

경리단길에서만 6년째 장사를 이어가고 있는 김경수씨도 “아직 상권이 크게 살았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입지가 좋은 츄러스 가게의 종업원 정모씨도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지 손님들이 많이 없다”며 “방송 효과가 나타나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태원 상가(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를 초과하는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올해 1·4분기 24.3%에 이어 2·4분기 26.5%를 기록했다. 평균 공실률이 11%대인 것을 감안하면 두 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홍석천 안간힘에도 경리단길 부활 조짐은 아직

다만 긍정적인 신호도 보였다. 저녁이 되면서 더위가 다소 주춤해지자 경리단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었다. 용산구청이 최근 경리단길 살리기 차원에서 경리단길 입구에 설치한 테마 조명도 환하게 켜졌다.

임대료 문제 역시 조금은 풀릴 조짐이다. 김씨는 “우리는 이전부터 건물주가 임대료를 낮춰줬다”며 “앞에 새로 들어오는 피잣집도 적정한 임대료를 내고 들어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상인회는 매장의 최저임대료를 설정하고 매출의 5%를 건물주에게 인센티브로 얹어주는 '매출연동 임대료 책정 제도'를 건물주들에게 제안한 바 있다.

시민들도 경리단길의 특색이 유지되면 계속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실제로 이날 유명 캐릭터 상품을 커피와 함께 파는 한 카페는 대기번호가 두자릿수를 넘기며 인기를 끌었다.
더운 날씨에도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리던 한 시민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독특한 카페가 있어 친구들과 찾아왔다"며 "이따 가는 길에 다른 가게도 들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김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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