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I클래식’의 122년 전통을 잇고 있는 ‘워너클래식’은, 임동혁과 임현정, 지용에 이어 역사상 네 번째로 한국인 피아니스트 김두민의 데뷔 리사이틀 앨범을 8월 발매한다.
주인공은 SBS ‘영재발군단’에 소개된 올해 만 16살에 불과(?)한 피아니스트 김두민이다. 그 어떤 한국인 피아니스트보다 어린 나이에 세계 동시 발매되는 인터내셔널 앨범을 출시하게 됐다.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 출신인 그는 이후 영재로 추천돼 이태리의 명문 음악원 ‘이몰라 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2016년 프랑스 명문 음악원인 ‘파리 에콜 노르말 드 무지크 드 파리(이하 에콜 노르말)에 18세 이상 입학가능한 음악원의 오랜 학칙을 깨고 만 13살에 전액 장학금을 받는 파격적 조건으로 입학했다. 지난해 에콜 노르말의 학사과정을 전체 수석으로 마쳤고, 현재 석사 과정 중에 있다.
김두민은 8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017년에 누구인지 모를 두 사람이 제 연주를 듣고 싶다고 했고, 그 일이 있고 한 달 뒤 워너클래식의 정식 제안을 받고 매우 당황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제 연주가 CD로 나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 연주를 녹음할 수 있는 값진 기회라고 판단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부담감과 책임감이 생겼지만,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청객에게 제 음악을 들려준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그는 같은 해 10월, 파리 근교의 스튜디오에서 멘델스존의 피아노 작품들을 녹음했다. 멘델스존에 대해 “요즘 말로 종합 음악인”이라며 “지휘자이자 오르가니스트, 피아니스트였던 그는 음악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작곡했다. 다양한 색채, 캐릭터가 특징”이라고 말했다.
“낭만주의 작곡가지만 작곡 기법은 고전주의의 영향을 받았죠. 고전주의의 사고를 기초로 해 낭만주의 감성을 쌓았고, 저 역시 다양한 작곡 기법이 들어있는 그의 음악적 특징을 살리며 연주하려 노력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그는 “음악을 제 식대로 흘러 보낸다는 느낌으로 연주한다”고 설명했다. “연주할 때 제가 어떤 제스처를 취하는지는 의식하지 않는다. 제3자의 입장에서 제 소리를 들으려고 애쓰며, 또 피아노 소리를 조절한다기보다 그냥 음악을 느끼면서 흘러 보낸다는 느낌으로 연주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어린 시절 비단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영재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피아노를 선택한 이유는 무얼까?
“방송에서도 말했었는데, 피아노가 절 선택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한쪽 눈이 안보여 스트레스가 컸는데, 그게 음악을 하면서 풀린 것 같아요. 음악이 정신에 영향을 주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 피아노를 치겠다고 부모께 이야기할 때만 해도 그저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단다. 피아노를 전공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이듬 해 피아니스트 백건우 연주를 듣게 되면서다.
“어머니가 저를 포기시키려고 피아노를 전공하려면 저렇게 연주해야 한다고 보여주기 위해 데려가셨죠. 근데 의도와 반대로 연주를 듣고 목표가 생겼어요. 그날부터 백건우 선생님을 롤모델로 삼고 지금까지 연주하고 있습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진짜 예술가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소리로 예술하는, 진짜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십대가 되면 작곡과 지휘공부도 하고 싶다”고 바랐다.
“콩쿠르에 나갈 의사도 물론 있습니다. 제 실력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고, 무엇보다 심사위원들이 제 연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심사평을 듣고 싶습니다.”
만 14살에 녹음한 데뷔 앨범이 2년이 지난 8월 출시되는데 첫 앨범에 만족할까? 그는 당차게 “수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4번 들었는데, 최선을 넘어선 녹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 해석과 차이가 있고, 기술적으로 부족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지금보다 더 순수한 마음일 때 나온 음악이라는 데 더 가치를 두고 싶습니다.”
그는 부연했다. “10대에 음반을 내는 사례는 드물지요. 당시 제 부족한 부분을 고치기보다 제가 잘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10대이기에 표현할 수 있는, 그 나이에 맞는 순수함을 표현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는 피아노 연주자로서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불리함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핸디캡을 극복하는 자세도 프로 못지않았다.
“시야가 좁은 건 핸디캡이 맞습니다. 시야확보 문제로 미스가 나면 그 부분은 눈을 감고 연습합니다. 악보는 어릴 적부터 외워왔습니다.”
멘델스존 곡으로 데뷔 앨범을 채웠지만, 오는 9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예정된 첫 리사이틀은 멘델스존과 베토벤을 함께 연주한다.
“베토벤은 저와 정서가 가장 잘 맞는 작곡가입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다, 그를 대변하는 이 문장에 공감하고, 그걸 연주로 표현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자신의 약점을 딛고 운명처럼 다가온 피아노로 자신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김두민이 제2의 백건우가 되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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