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뉴스1) 박대준 기자 = “20년 이상 직업군인으로 근무했지만 비무장지대에 들어가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도로에 그어진 남방한계선을 넘어설 때마다 흥분이 됩니다.”
지난 10일 일반인에게 첫 개방된 ‘파주 DMZ 평화의 길’을 안내하는 해설사는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부터 ‘파주 DMZ 평화의 길’ 코스(21㎞)를 민간인에게 공개했다.
특히 이번 코스에는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철거한 감시초소(GP)를 직접 비무장지대 안까지 들어가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12.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추첨을 통해 선발된 20명의 첫 탐방객들은 아침 일찍부터 임진각 주차장 한편에 마련된 ‘DMZ 평화의 길’ 안내소에 모여 신분증 검사와 주의사항 교육 등 사전 절차를 마쳤다.
이날 탐방객들은 초등학생부터 고령의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첫 코스인 임진각에서 통일대교 남단까지 1.4㎞ 구간의 생태탐방로를 도보로 이동하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아침부터 30도를 넘어선 폭염에 군 관계자는 “날씨가 더워 도보 이동이 힘든 분은 버스로 이동해도 된다”고 권유했지만 단 한 사람도 첫 탐방 경험을 포기하지 않고 30분가량 땀을 흘리며 철책선 옆으로 난 길을 걸었다.
이렇게 도착한 통일대교에서 도라전망대까지 6.5㎞는 버스로 이동했다.
이동 중 도로 양쪽으로는 민통선 마을인 해마루촌과 통일촌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녹음이 우거진 농촌마을 풍경은 시골의 어느 마을과 다를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도로변에 설치된 ‘지뢰’와 ‘030’(비행월경방지판) 표지판은 이곳이 민간인통제구역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지난해 10월 신축된 도라산전망대에 도착하자 관람중인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그중 많은 수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로 망원경 앞에 줄을 지어 북녘땅을 바라보는 모습이 여유롭게 차를 마시거나 산책을 하고 그네를 타는 다른 관광객들과 다르다.
‘파주 DMZ 평화의 길’ 탐방팀은 전망대에 20분가량 머문 뒤 버스에 다시 타고 기대에 부풀었던 철거GP로 향했다.
도로에 줄로 그어진 남방한계선을 넘어서자 긴장감은 더해졌다. 잠시 후 통문 앞에 다다르자 버스에서 내린 관람객들은 지니고 있던 휴대폰과 전자기기를 모두 반납한 뒤 군 관계자로부터 주의사항 교육을 받았다.
이어 첫 탐방객을 환영하기 위해 이곳에 있던 최종환 파주시장은 “통일에 대한 열망을 가득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란 환영사와 함께 기념품을 건넸다.
통문이 열리자 육중한 무장차량을 선두로 버스가 구불구불한 길을 이동하기 시작했다.
해설사는 “이곳에는 고라니,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수시로 출현하고 2000여 종의 식물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언덕 위에 위치한 철거GP에 도착, 탐방객들의 안전을 위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는 군 경계병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붉은 흙의 평지 주변으로 부서진 작은 담이 남아 있어 이곳에 얼마 전까지 건물이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아직까지 이곳에는 철책선을 녹여 만든 ‘DMZ 평화의 종’과 ‘평화의 소망나무’ 만이 유일한 구조물이다.
안규철 작가의 ‘DMZ 평화의 종’은 GP 잔해물인 철책을 활용해 만든 작품으로 ‘사람들을 갈라놓던 철조망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종소리가 되고 상대를 향한 적의와 긴장의 공간은 평화와 치유의 메시지를 발신하는 진원지가 되길 소망’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군 관계자는 “탐방객을 위해 앞으로 나무도 심고 휴게시설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탐방객들은 이곳에서 왼쪽의 장단반도와 정면의 개성공단, 개성시가지를 바라보며 통일을 염원하는 것으로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DMZ 평화의 길 파주구간은 앞으로 주 5일(월·목 휴무), 하루 2번(오전 10시, 오후 2시) 개방되며 회당 참가인원은 20명으로 제한된다. 참가 희망자는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두루누비에서 신청하면 추첨으로 결정된다.
산림복원을 위해 9월 16일부터 30일까지 탐방이 잠정 중단된 뒤 10월 1일 재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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