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엄마의 이야기를 모른 체 했다. 미안하고 죄송하다."
여성가족부는 14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기림의 날)' 기념식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유족이 작성한 편지를 공개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익명의 유족이 쓴 편지는 배우 한지민이 대독했다.
편지를 통해 유족의 딸은 "엄마가 위안부로 있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너무나 어린 나이였다. 그게 뭔지 무슨 일을 겪으신 건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다친 어깨와 허리 때문에 팔을 들어 올리지도 못 하시는 엄마를 보면서 무엇을 하다 그렇게 심한 상처를 입으신 건지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라며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하필이면 우리 엄마가 겪은 일이라는 것이 무섭고 싫기만 했다. 주변의 친구들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어쩌나 그저 두렵기만 했다"고 고백했다.
딸은 "아무것도 모른 채, 어쩌면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철없는 전 엄마가 부끄러웠다. 가엾은 우리 엄마, 미안하고 죄송하다. 깊은 슬픔과 고통을 안고 얼마나 힘드셨을지 가슴이 아파온다"고 말했다.
유족의 딸은 어머니와 함께 수요 집회를 나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모친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그는 "처음엔 어디 가시는지조차 몰랐던 제가 아픈 몸을 이끌고 미국과 일본까지 오가시는 것을 보면서 엄마가 겪은 참혹하고 처절했던 시간들에 대해 하나씩 자세하게 알게 됐다"고 했다.
어머니는 생전에 딸에게 "끝까지 싸워다오, 사죄를 받아다오, 그래야 죽어서도 원한 없이 땅 속에 묻혀있을 것 같구나. 다시는 나 같은 아픔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딸도 어머니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어머니는 그렇게 바라던 진정한 사죄도, 어린 시절을 보상도 받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면서 "아픔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저희가 이어가겠다. 반드시 엄마의 못다 한 소망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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