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뉴스1) 박대준 기자 = ‘한강 토막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모텔 종업원은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투숙객인 피해자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살인을 실행하고,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하는 등 치밀한 행동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 중인 고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경찰에 자수한 피의자 모텔종업원 A씨(39)는 지난 8일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에서 투숙객인 피해자 B씨(32)와 처음 만난 사이다.
A씨는 살해 동기를 추궁하는 경찰에게 “B씨가 숙박비 4만원도 나중에 준다며 안 주려고 하고 처음부터 반말을 해 기분이 나빴다”고 진술했다.
화가 난 A씨는 B씨가 잠들기를 기다린 뒤 보조키를 이용해 방으로 몰래 들어가 미리 준비한 둔기로 살해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단순히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살해했다는 동기는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며 범행 동기에 대해 보강수사를 진행중이다.
우발적인 범행의 경우 그 자리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A씨의 경우 B씨가 잠들기까지 기다린 뒤 범행을 저지른 점을 주목했다.
또한 범행 후 모텔 손님이나 직원들도 모르게 사체를 4일간이나 객실에 감추어 둘 수 있었던 이유도 추궁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모텔은 사람의 왕래가 적은 곳에 위치해 있고 지은 지 오래된 건물이어서 평소 손님이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범행 당시에도 손님이 많지 않아 A씨의 범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
이 모텔에서 격일제로 일해 온 A씨는 따로 집이 있는데도 객실 하나를 자신의 방으로 삼아 모텔에서 숙식을 해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B씨의 시신을 객실에 그대로 감추고 있다가 시신의 부패가 시작돼 냄새가 나자 수시로 환기를 시키는 치밀함도 보였다.
그러나 시신이 있던 방이 계속해서 나가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다른 직원과 악취로 인해 객실 손님들에게 범행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A씨는 완전 범죄를 노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하기로 마음먹고 방 안에서 시신을 토막낸 A씨는 12일 새벽 자전거를 타고 한강 일대를 다니며 토막낸 시신을 담은 검은 봉지를 한강에 버렸다.
경찰은 A씨와 동행하며 사건 발생 장소인 모텔과 유기 장소를 조사하는 등 범행사실 일체를 확인한 상태다.
경찰은 며칠간 시신을 아무도 모르게 객실에 숨길 수 있었던 이유와 시신훼손 이유 등에 대해 보강조사 한 뒤 현장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12일 오전 9시 15분께 고양시 한강 마곡철교 남단 부근에서 머리와 팔다리가 없는 남성의 알몸 몸통 시신이 발견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신원 확인 안돼 자칫 사건이 미궁에 빠질 것 같았던 이 사건은 경찰이 한강 수색작업 5일째인 16일 오른팔 부위를 발견하면서 급반전했다. 오른 손가락에서 지문을 확보한 경찰은 B씨의 신원을 확인했고 B씨의 마지막 행적지인 모텔을 탐문수사하는 등 수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에 수사망이 좁혀오는 것에 심리적 부담을 느낀 A씨는 17일 오전 1시 경찰에 자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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