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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농협 통장에서 사라진 4.2억원, 범인 잡고보니

뉴스1

입력 2019.08.19 09:31

수정 2019.08.19 15:41

농협중앙회 본사 /뉴스1 © News1
농협중앙회 본사 /뉴스1 © News1

(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 = 광주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A씨(41)는 지난 2017년 12월 자신의 주거래은행인 남광주농협 모 지점을 찾았다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이 거래하는 농협통장 2개에 들어있던 4억2000만원이라는 돈이 자신도 모르게 감쪽같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 돈은 A씨가 운영하는 학원 확장을 위한 동업자의 투자금이었다.

농협에 확인한 결과 불법인출의 범인은 해당 농협 지점에서 근무하는 A씨의 부인 B씨. B씨는 앞으로 진행될 이혼소송에 대비해 2017년 10월 A씨의 계좌에서 4억2000만원을 불법인출한 뒤 자신의 계좌로 1억2000만원, A씨 명의의 새로운 적금계좌를 개설해 3억원을 이체했다.

B씨는 이어 3억원이 들어있는 A씨의 적금계좌를 닷새 만에 해약한 뒤 1억5500만원은 자신의 계좌로, 1억4500만원은 자신의 동생 계좌로 각각 옮겼다.


이 모든 과정은 A씨 모르게 진행됐고, 예금 인출부터 이체, A씨의 새 적금계좌 개설 과정에서 A씨의 인감이나 사인, 동의 등의 절차는 단 한번도 없었다.

4억원이 넘는 돈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해당 농협 지점의 내부 결재 역시 제대로 된 인감 확인절차 없이 허술하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예금 인출과정에서는 통장개설 시 등록했던 A씨의 인감도장이 사용되지 않았고, 창구직원인 B씨의 간단한 확인도장만으로 4억원이 넘는 돈이 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인출 사실을 확인한 A씨는 수차례 농협을 항의방문해 예금 반환을 요청했고, 결국 농협 측은 A씨가 불법인출을 확인한 지 10일이 지난 뒤에야 4억2000만원의 돈을 반환했다.

당시 남광주농협 측은 "금융실명법 위반이 맞아서 예금을 돌려놓는다"고 잘못을 인정하며 예금 전액을 A씨에게 돌려줬다.

문제는 이처럼 심각한 금융범죄가 발생했지만 남광주농협이나 농협중앙회 광주조사국, 금융감독원 광주지원의 제대로 된 후속조치는 뒤따르지 않고 있다.

A씨의 민원이 잇따르자 남광주농협 측은 감사를 거쳐 농협중앙회에 보고했고, 농협중앙회는 금감원에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건 발생 2년여가 되어가도록 사건 당사자에 대한 징계 등의 절차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B씨의 불법인출 업무 결재과정의 상급자인 C씨는 승진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광주조사국 관계자는 "부부간 이혼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감사를 종료하지 않고 계류해놓은 상황"이라며 "이혼소송이 끝나면 다시 감사를 나갈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감독원 광주지원 관계자 역시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정확한 내용은 언론에 말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놨다.


특히 감사당국은 B씨의 불법인출 행위를 금융권 내부에서 성행하는 '부부간의 통상적인 금융거래에 해당한다'는 안이한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배우자의 만기된 적금을 금융권에 근무하는 아내나 남편이 인출하는 것 정도는 통상적으로 허용되고 있다며 B씨의 4억2000만원 불법인출 건 역시 '통상적인' 사안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19일 "B씨의 금융범죄는 이혼소송이 이뤄지기 전 일인데 금융당국은 자꾸 이혼소송과 연계시키며 감사를 미루고 있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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