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해피엔딩으로 돌아온 백조의 호수… 두 발레리나의 '행복한 비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9 18:39

수정 2019.08.19 18:39

국립발레단 4년만에 전막 무대, 28일부터 예술의전당서 공연
차세대 스타로 떠오른 정은영, 출산 후 복귀하는 김리회
백조-흑조 오가는 女주역 '눈길'
"그동안 발레를 통해 삶을 배웠는데, 아이를 낳은 후에는 삶에서 많은 것을 느낍니다."(수석무용수 김리회) "'백조의 호수'는 제 인생 처음 본 발레로 그 꿈의 무대에 마침내 주역으로 서게 돼, 제 발레 인생 선물같아요."(솔리스트 정은영)

국립발레단이 클래식 발레의 대명사 '백조의 호수'를 오는 28일부터 9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2015년에 이어 4년 만에 올리는 전막 무대로, 이번 공연에는 특히 김리회, 정은영의 도전에 관심이 쏠린다. 수석무용수 김리회는 '출산 후 복귀'라는 국내 무용계에서 흔치 않은 일에 도전했다. 정은영은 국립발레단의 차세대 스타로, 지난해 '호두까기 인형'에 이어 '백조의 호수'에서도 '주역'으로 데뷔한다.
'군무' 구현모도 비중 있는 조역인 '로트바르트' 역에 파격 캐스팅돼 눈길을 끌고 있다.
국립발레단 정은영, 이재우
국립발레단 정은영, 이재우
국립발레단 김리회, 박종석
국립발레단 김리회, 박종석


'백조의 호수'는 악마 로트바르트의 저주에 걸려 낮에는 백조로, 밤에는 사람으로 변하는 아름다운 공주 오데트와 지그프리트 왕자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으로 왕자의 배신에 절망한 오데트 공주가 호수에 빠져 죽고 왕자 역시 뒤따라 죽는 비극적 결말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 운명을 이기는' 해피엔딩 이야기다.

■솔리스트 정은영의 비상

1막 2장 오데트 공주와 지그프리트 왕자가 호숫가에서 처음 만나 추는 '백조 아다지오 파드되(2인무)'는 두 남녀의 섬세하면서도 우아한 몸짓이 차이콥스키의 선율과 어우러진 대표적 명장면이다. 청초한 백조 오데트와 요염한 흑조 오딜을 오가는 여자 주역 무용수의 1인2역 연기와 32회전 푸에떼 등 고난도 테크닉이 즐비한 2막 1장 역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여자 무용수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역할이다. 정은영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꼭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라며 "그 무대에 마침내 서게 돼 정말 기쁘고, 지금까지 해온 제 발레 인생의 선물 같다"고 감격해했다.

"난생 처음 본 발레 공연이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였습니다. 이후 흑조 솔로 작품으로 오디션을 봐 발레단에 입단했고, 입단 후 첫 작품도 '백조의 호수'였지요. 남다른 인연이 있는 작품이고, 제겐 너무나 고마운 작품입니다." 정은영은 이번에 수석무용수 박슬기, 김리회와 함께 오데트·오딜을 연기한다. 그는 탄탄한 테크닉과 170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시원하고 세련된 춤이 강점이다. 정은영은 "백조와 흑조에는 여왕의 이미지도 있는데, 제 몸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그런 부분을 표현하는 데 도움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 김리회의 도전

김리회 역시 '백조의 호수'로 복귀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 그는 "출산 전 몸의 느낌을 되찾기 위해 연습뿐만 아니라 근력운동 등도 2배 이상 하고 있다"라며 밝혔다.

김리회는 왕성하게 활동하던 2018년,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마지막으로 전막 무대를 떠났고, 지난 1월 출산한 뒤 정확히 100일 만에 연습실로 돌아왔다. "임신과 출산으로 모든 근육들이 사라져 윗몸일으키기를 하나도 못할 정도로 힘이 없었어요. 발레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발레 동작들과 근육의 감각을 되찾고 있습니다." 비록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어느 때보다 풍요롭다. "아이를 낳고 삶속에서 많은 것을 느낀다"는 그는 "몸이 지쳐 귀가해도 아이의 미소를 보면 하루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고 미소 지었다. 2005년 90대 1 경쟁률을 뚫고 유일한 정단원으로 입단했던 그는 14년간 춤춰온 시간의 두께만큼 각오도 다부졌다. "가정에서는 한 아이의 엄마이지만, 무대에서만큼은 여러 색깔을 지닌 카멜레온 같은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파격 캐스팅' 구현모

2014년 '백조의 호수' 공연 당시, 강수진 예술감독은 로트바르트 역을 맡았던 이재우의 연기에 감명 받아 폐막 이후 즉시 무대로 올라 당시 솔리스트였던 그를 이례적으로 두 등급 위인 수석무용수로 승급시켰다.

악마 로트바르트는 이처럼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 '백조의 호수'에서 왕자 못지않게 비중 있는 역할이다. 1막 후반에 왕자와 악마가 함께 추는 '그림자 춤'은 다른 버전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로트바르트는 단순한 악마가 아닌 왕자의 또 다른 내면이다.


이번 공연에서 수석무용수 이재우와 김기완, 드미 솔리스트 변성완 그리고 '코르드 발레'(군무)의 구현모가 같은 역할을 연기한다. 탄탄한 몸매와 강인한 마스크를 지닌 구현모는 "대학생 때 주역인 김현웅 형의 공연을 보러갔다가 로트바르트 역에 홀딱 반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구현모만의 로트바르트에 대해 "조금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느낌이 살아 있는 로트바르트가 되지 않을까" 예상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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