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은 출원하면 당장 상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소정 요건을 만족하면 등록을 받을 수 있는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런 선출원주의에 기반한 상표법에 따르면 실제 사용자가 아닌 자가 미리 상표 출원해 등록을 받으면 실사용자는 상표권자에게 상표 사용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다만, 사람의 이름은 인격권적인 권리로 상표권과 구별되며, 상표법은 자기의 이름(성명) 이나 예명, 필명 등은 상표권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연예인의 이름이나 예명 그리고 그룹명과 같은 명칭은 사람의 성명에 준하는 것으로 설사 기획사에서 해당 가수의 이름을 상표로 등록했더라도 본인의 이름이나 예명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연예계에 활성화된 아이돌 그룹은 그 이전까지의 가수나 연예인들과 조금 성격이 다르다. 가수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그룹이 아니라 처음부터 기획사에서 기획해 그룹의 컨셉, 선곡, 멤버의 캐릭터까지도 만들어낸다. 심지어 최근엔 아이오아이(IOI), 워너원(Wanna One)과 같이 아이돌 그룹을 기획한 후에 그룹에 속할 가수를 뽑는 형태의 아이돌 그룹도 많아지고 있다.
아이돌 그룹이 멤버 교체 없이 오랜 기간 활동해 인지도가 상승하는 경우에 아이돌 그룹명은 인격권으로서 가치가 높아질 수 있지만 연예기획사의 기획 하에 만들어진 아이돌 그룹명은 인격권적인 권리 측면 보다 상표권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한류 열풍에 따라 아이돌 가수는 국내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활동을 하는데 각국에 상표권을 제3자가 선점한다면 활동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이런 분쟁에 대한 대비로 기획사들은 아이돌 가수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데뷔 몇 년 전에 미리 상표출원을 하는 추세다. 최근 특허청 발표에 따르면 연예음반 기획사의 상표출원건수는 약 5000건에 육박한다고 한다.
아이돌 그룹을 기반으로 한 사업은 음반, 연예업에 한정되지 않고 아이돌 굿즈 시장의 활성으로 화장품, 의류, 액세서리, 문구, 식품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고, 글로벌화 되고 있다. 따라서 상표출원은 단순히 아이돌 그룹의 명칭을 음반, 연예업에 출원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상표출원 시 기존 출원되거나 사용 중인 상표와의 저촉여부를 검토해야 하고, 변형 사용 가능성을 고려한 다양한 도안을 촘촘하게 출원해야 한다. 또 사업 예상분야에 따른 지정상품·서비스의 선정 및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에서의 상표권 출원 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한류열풍과 함께 아이돌 브랜드는 음악을 비롯한 문화컨텐츠 전반에 걸쳐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하나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연예인이나 연예기획사들의 상표출원은 기획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로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류혜미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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