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강연희 소방경 사망 1년… 여전히 매맞는 구급대원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7 17:30

수정 2019.08.27 17:30

폭언에 목 조르고 깨물고 최근 한달새 전국서 10여건
호신장비는 섬광랜턴뿐..작년 폭행사범 5%만 징역형
강연희 소방경 사망 1년… 여전히 매맞는 구급대원들
시민들을 위험에서 구하는 구급대원들이 정작 시민들로부터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구급대원들을 상대로 한 폭행이 늘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각종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예방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급대원 폭행, 지난해 최다

27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구급대원 폭행은 215건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수도권에서만 111건이 발생해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일례로 지난 23일 경기 분당에서 한 여성이 구급대원을 향해 폭언을 내뱉고 팔을 무는 등 폭행을 가했다. 지난 7월에도 경남 창원에서 구급차에 실려 이송되던 남성이 구급대원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 한 달에만 전국에서 10여 건의 구급대원 폭행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지역에서 근무 중인 구급대원 A씨(32)는 "구급대원 폭행 관련 소식을 들으면 동료로서 안타깝고 같은 구급대원으로서 참담하기까지 하다"며 "(폭행을 당할지도 모른다는)걱정이 앞서면 어떻게 구조활동에 전념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현행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구급대원에게 위력을 사용해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구급활동을 방해하는 이들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지난해 구급대원을 상대로 폭행을 저지른 이들 중 10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38명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 외 폭행사범에 대해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벌금형, 혹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폭행사범이 많아 실질적인 예방 효과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소방공무원 폭행 방지와 관련한 대부분의 법안들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상태다.

■처벌에 호신장비, 실효성 의문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소방청이 폭행 예방 방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폭행을 시도하는 시민이라고 해도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일선 구급대원들은 섬광랜턴 같이 방어적인 용도의 호신 장비 한두 개만을 갖춘 채 구급활동에 나서는 실정이다.


경북 지역의 한 구급대원은 "위급한 상황에서 폭행사고가 벌어졌을 때 섬광랜턴을 제대로 쓰기도 어려울 뿐더러 사용한다고 해도 이미 사고가 발생한 이후일 확률이 높다"며 "야간 구급활동 때 라이트 대용으로 섬광랜턴을 쓰긴 하지만 폭행 예방에 효과가 있을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소방본부별로 폭행 예방 대책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소방 관계자는 "소방청에서 일괄적인 매뉴얼이 제공된다고 해도 지역 소방본부마다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선 구급대원들에게 제공되는 호신장비나 지침 등에 차이가 있다"며 "강력한 제재·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모든 지역의 구급대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폭행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