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계절인 가을이다. 선선한 가을에는 기존에 가볼 수 없었던 신규 개방 관광지와 한정된 기간에만 개방하는 한정 개방 관광지 등 전국의 ‘숨은 관광지’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가을을 맞이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숨은 관광지 중 신규 개방 관광지는 △인천시 강화군의 소창체험관 및 조양방직 △강원도 삼척시의 용굴촛대바위길 △경남 사천시 사천바다케이블카이며, 한정 개방 관광지는 △서울특별시의 창경궁 명정전(9~10월, 매주 화~금) △경남 함양군의 지리산 칠선계곡(9~10월, 매주 월.토 60명씩) 2곳이다.
한정 개방 관광지인 창경궁 명정전이나 지리산 칠선계곡을 방문할 때는 개방기간과 관람 방법 등 상세정보를 확인하고 떠나는 것이 좋다.
■소창체험관과 조양방직
강화도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역사의 고장이다. 단군 성지인 마니산을 비롯해 선사시대 고인돌 유적, 고려 때 대몽 항쟁 관련 유적, 조선 말기 외세와 치열하게 싸운 흔적 등이 곳곳에 있다. 요즘 강화도에서는 또 다른 역사가 재조명된다. 바로 1960∼1970년대 전성기를 이끈 직물 산업이다.
소창체험관과 조양방직은 강화의 직물 산업 역사가 고스란히 남은 대표적인 곳이자, 강화 여행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옛 평화직물 자리에 들어선 소창체험관은 강화의 직물 산업 역사를 한눈에 보고, 손수건 만들기와 차 체험까지 곁들일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자본으로 설립한 조양방직은 어두운 폐허 속에서 남녀노소가 즐기기 좋은 빈티지 카페로 변신해, 강화에 가면 한번쯤 들러야 할 곳이 됐다. 소창체험관과 조양방직에서 50여 년 전 번성한 강화 읍내를 만나보자.
■삼척 초곡용굴촛대바위길
삼척의 가을 포구를 찾는 길은 떨림이 있다. 호젓한 바다와 어우러진 해변 길은 파도와 이색 지형이 뒤엉켜 설렘으로 다가선다. 초곡항은 삼척의 고요하고 아늑한 포구다.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 어촌은 최근 기암괴석 해변길이 공개되며 삼척의 새 명소로 조명 받고 있다. 해안 절벽을 잇는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은 지난 7월 12일 개장했다.
촛대바위, 거북바위, 사자바위, 용굴 등 독특한 지형이 늘어선 해안 절경과 출렁다리가 이 길의 주요 자랑거리다. 끝자락인 용굴까지 총연장 660m 길이 짙푸른 해변을 따라 이어진다. 용굴 일대는 구렁이가 용이 돼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출렁다리는 바다 위 움푹 들어간 절벽 사이를 가로지른다. 높이 11m에 다리 중앙이 유리라 아찔한 기분이 든다.
출렁다리 넘어 촛대바위는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의 주요 상징물로, 오랜 기간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용굴은 파도가 칠 때면 깊은 울림을 만든다.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은 왕복 30~60분 걸린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11~2월은 오후 5시) 연중 개방하며, 입장료는 없다.
■사천바다케이블카
지난 2018년 4월 개통한 사천바다케이블카는 바다와 섬 그리고 산을 아우르는 케이블카다. 전체 2430m 가운데 대방정류장에서 초양정류장을 잇는 해상 구간이 816m, 대방정류장에서 각산정류장을 잇는 산악 구간이 1614m다. 삼천포대교공원 앞 대방정류장에서 출발해 옥빛 바다를 건너 초양정류장까지 다녀온 케이블카는 대방정류장에 멈추지 않고 곧바로 전망대와 봉수대가 있는 각산(해발 408m) 정상에 오른다.
사천바다케이블카는 일반캐빈과 크리스탈캐빈으로 구성된다. 크리스탈캐빈은 일반캐빈과 달리 바닥을 두께 27.5mm 투명한 강화유리로 마감해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사천바다케이블카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각산전망대에서 보는 창선·삼천포대교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지만, 전망대에서 마주한 장면은 감동이 다르다.
모개섬, 초양도, 늑도를 지나 남해군 창선도로 이어지는 5개 다리가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물길과 어우러진 풍광은 사천이 자랑하는 8경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각산 정상에 있는 사천 각산봉수대와 산림초소 앞 전망대를 잇는 숲길도 매력적이다. 각산 정상까지 등산한 이들은 각산정류장에서 편도 이용권을 구입해 대방정류장으로 내려올 수 있다.
■창경궁 명정전
창경궁은 다른 궁궐과 조금 다르다. 왕실의 웃어른을 위한 공간으로 지었기 때문에 정치 공간인 외전보다 생활공간인 내전이 넓고 발달했다. 정전인 명정전(국보 226호)은 정면 5칸, 측면 3칸 단층 건물로 경복궁 근정전이나 창덕궁 인정전에 비해 아담하지만, 우리나라 궁궐의 정전 중 가장 오래됐다. 1484년(성종 15)에 건립해 임진왜란 때 불탄 건물을 1616년(광해군 8)에 복원해 오늘에 이른다.
명정전에는 12대 왕 인종의 꿈이 서려 있다. 조선 왕 가운데 유일하게 명정전에서 즉위식을 올린 인종은 미처 뜻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재위 9개월 만에 승하했다. 명정전을 가장 알뜰살뜰 사용한 임금은 영조다. 명정전에서 혼례를 올렸고, 명정전 뜰에서 치러진 많은 과거를 지켜봤다.
명정전 옆 문정전 마당에서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기도 했다. 9~10월에는 명정전 내부를 관람할 수 있다(화~금요일, 해설 시간에 해설사와 동행). 인종의 꿈과 영조의 희로애락이 서린 명정전을 꼼꼼하게 둘러보자.
■지리산 칠선계곡
지리산 칠선계곡은 흔한 말로 ‘우리나라 3대 계곡’이다. 그만큼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 때나 가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자연 휴식년제로 출입을 막았다. 그동안 자연은 치유와 안식의 시간을 보냈고, 지난 2008년 탐방 예약·가이드제로 다시 개방했다. 그렇다고 1년 내내 개방하는 것은 아니다.
4개월(5~6월, 9~10월) 동안 월요일과 토요일에 탐방 예약·가이드제로 운영한다. 하루 60명씩 탐방 가이드 4명과 함께 돌아본다. 코스는 월요일과 토요일이 조금 다르다. 월요일 올라가기 코스는 추성주차장에서 출발해 칠선계곡 삼층폭포를 지나 천왕봉에 오르며, 편도 9.7km로 8시간 정도 걸린다. 지리산 정상 천왕봉(1915m)까지 오를 수 있어 인기지만, 산행 초보자에게는 벅찬 코스다.
가족 단위나 모처럼 산행에 나선 이들은 토요일 되돌아오기 코스가 적합하다. 왕복 13km로 약 7시간이 걸리니 웬만한 산행 못지않지만, 칠선계곡의 비경을 두루 보기에 부족함은 없다. 깊은 계곡과 원시의 숲을 오르다 보면 계곡에 왜 ‘일곱 선녀’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알 수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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