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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허리케인과의 전쟁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3 17:20

수정 2019.09.03 17:20

허리케인은 북대서양 부근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을 말한다. 카리브해 연안 원주민들의 말에서 전화(轉化)된 스페인어 우라칸(huracan)에서 유래된 용어다. 매해 8~10월에 북미 대륙을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인도양에선 사이클론, 호주 대륙 북부해역에선 윌리윌리로 달리 불리지만 열대저기압은 세계 어디서든 불청객이다. 해마다 한·중·일 등 동아시아를 덮치는 태풍이 그렇듯이.

허리케인 '도리안'으로 인해 플로리다주 등 미국 남동부 지역에 비상등이 켜졌다. 최고 시속 297㎞의 강풍을 동반한 폭우로 이미 최소 5명의 사망자를 내는 등 카리브해의 바하마는 쑥대밭이 됐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가 최고등급인 5등급으로 매긴 도리안이 역대 허리케인 중 두 번째로 강력하다는 평가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폴란드 방문도 취소하고 대비를 환기하는 트윗을 몇 차례나 올릴 정도다.


허리케인은 늘 미국의 두통거리였다. 2005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무려 1080억달러 규모의 피해를 입혔다. 그래서 미국 역대 정부는 예외없이 '허리케인과의 전쟁'을 벌여왔다. 1950년대부터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을 중심으로 허리케인을 인위적으로 없애는 연구가 진행됐다. 항공기로 요오드 결정체를 허리케인의 눈에 뿌리는 실험이 그 일환이었다. 이로써 허리케인의 강도를 떨어뜨리는 효과는 확인했지만, 상용화엔 실패했다. 비행기로 허리케인 중심부로 들어가려면 목숨을 걸어야 해서다.

다른 대안으로 1959년 허리케인의 눈에 핵무기를 쏘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하지만 강력한 허리케인의 위력은 핵미사일 2만개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와 관련,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이 허리케인에 핵폭탄을 투하하자는 제안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과학자들이 허리케인을 통해 핵낙진이 퍼지는 위험한 부작용만 초래한다고 반발했다.
오보로 판명돼 논란은 잦아들었지만, 자연의 위력 앞에 인간과 과학의 한계를 드러낸 해프닝으로 비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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