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앞두고 물량 폭주…분류시간만 기본 4시간 이상
-비라도 오면 '빗물 컴플레인' 걸릴까 걱정
-택배회사 "천재지변도 현장 즉각 대처가 효율적…딱히 방안 없어"
-비라도 오면 '빗물 컴플레인' 걸릴까 걱정
-택배회사 "천재지변도 현장 즉각 대처가 효율적…딱히 방안 없어"
[파이낸셜뉴스] "명절 대목에 돈 많이 번다고요? 16시간씩 일하는데, 비까지 오면 택배라도 젖을까 전전긍긍이에요."
명절 대목을 맞은 16년차 택배기사 오모씨(42)는 최근 밤잠을 줄였다. 추석 물량을 소화하기도 힘든 와중에 태풍에 이어 가을장마로 고객 컴플레인이 늘어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오씨의 지난 주 평균 수면시간은 약 4시간. 평소보다 30분 이상 빠른 6시 반께 출근했지만 물건 하차와 분류작업만 6시간씩 걸린다. 점심시간 전에 겨우 분류를 끝내면 오후부턴 배송 전쟁이다. 아내가 함께 도와줘야 겨우 오후 8~9시쯤 끝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오후 11시 넘어 하루 일과가 끝나는 일이 다반사다.
■"택배 박스 젖어있어" 고객 불만
비가 오는 날이면 오씨가 더욱 긴장하는 이유는 '택배 박스가 젖어있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 컴플레인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내용물을 모르던 택배박스를 빗물에 젖은채 배송한 오씨는 "신발도 같이 젖었다"는 컴플레인과 함께 20만원 상당을 배상한 적이 있다.
오씨는 "(명절 대목처럼)물건이 많으면 탑차 뒷문을 열때 물건이 쓰러지면서 박스가 젖기도 하고, 상하차 작업이 오래 걸릴때 박스를 잘못 놔뒀다가 빗물에 푹 젖기도 한다"며 "최근엔 요령이 좀 쌓였지만 물건이 너무 많거나 정신없는 와중엔 간혹 이런 실수가 생기기도 하는데, 택배 몇천 박스를 날라야 벌 수 있는 금액을 컴플레인 한 번에 날릴까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회사에선 '컴플레인이 들어와 월급에서 변상한다'는 이야기를 미리 해주지 않아 월급이 적게 들어오고 난 후에야 알게됐는데,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덧붙였다.
10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에 따르면 추석 선물 등 배송물량이 급증하면서 최근 주요 터미널 택배기사들의 평균 분류작업 시간이 6시간을 훌쩍 넘었다. 이 와중에 태풍에 이어 가을장마까지 계속되면서 명절 대목이 '긴장 대목'으로 변하는 상황이다.
■택배회사 "대책 마땅치 않아"
최근 이 같은 상황과 관련,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들의 안전사고 예방과 우편물 보호를 위해 태풍 '링링'(LingLing)이 지나간 지난 주말 전국적으로 34개 지역의 우편물과 택배 배달을 일시 정지했다.
충남 서산, 보령 등 배달을 중지한 일부 지역의 택배 배송은 일요일부터 재개했다. 서울의 경우 태풍이 지나가기 전인 7일 오전 일부 가능한 곳들을 배달완료하고 집배원들을 조기퇴근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택배사들의 경우 딱히 천재지변과 관련한 택배기사들에 대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한 택배회사 관계자는 "어차피 도로가 비나 눈 등에 잠길 정도면 통행이 안되는 상황이니까 고객들에게 '배송이 늦어질 수 있다'는 공지를 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전국적인 피해가 아닐 경우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대처하는게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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