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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사이언스] 공룡 멸종시킨 '원자폭탄 100억개의 위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0 07:05

수정 2019.09.10 13:36

[파이낸셜뉴스] 6600만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을 때, 그 충격으로 산불이 일어났고, 쓰나미가 일어났으며 대기에 엄청난 황을 분출해 태양 빛을 막았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공룡들을 파멸시키는 빙하기의 원인이 됐다.

미국 오스틴시에 있는 텍사스 대학이 이끄는 연구진이 소행성 충돌 후 24시간 이내에 충돌 분화구를 가득 메운 수십m의 암석들에서 확실한 증거를 발견해 과학자들이 세운 가설을 확인했다.

그 증거에는 숯조각, 쓰나미의 역류로 인한 암석의 뒤섞임, 눈에 띄게 황이 없는 것 등이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지구물리학연구소(UTIG)의 숀 굴릭 교수는 "이 증거들은 모두 공룡시대를 종식시킨 대재앙의 여파를 가장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암석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하고 멕시코 동남부 유카탄반도 앞바다의 충돌 현장에서 암석을 회수하는 '2016 국제해양탐색프로그램(IOC) 과학시추' 임무를 공동 지휘한 굴릭 교수는 "이 암석들은 충돌지점 내에서 찾아낼 수 있었던 사건들의 기록으로 그 지점에서의 충격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9월 9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발표됐으며, 24명 이상의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팀이 기여했다. 잭슨 스쿨이 공동주도하고 이끈 초기연구를 바탕으로 분화구가 어떻게 형성됐고 충돌 현장에서 얼마나 빨리 생명들이 회복됐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 그림은 소행성 충돌을 화가가 해석한 것이다. 이 작품 속의 소행성은 과학자들이 가설하고 있는 6600만년 전 지구에 실제로 충돌한 지름 9㎞ 암석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미지는 소행성 충돌 시 급격히 압축되고 그 후 진공 상태가 될 때 발생하는 열을 잘 보여준다. NASA 제공
이 그림은 소행성 충돌을 화가가 해석한 것이다. 이 작품 속의 소행성은 과학자들이 가설하고 있는 6600만년 전 지구에 실제로 충돌한 지름 9㎞ 암석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미지는 소행성 충돌 시 급격히 압축되고 그 후 진공 상태가 될 때 발생하는 열을 잘 보여준다. NASA 제공
■소행성 충돌=2차 세계대전때 원자폭탄 100억개
충돌 후 몇 시간 이내에 분화구를 가득 메운 대부분의 물질은 충돌 현장에서 생산되거나 주변 멕시코 만에서 다시 분화구로 쏟아져 들어오는 바닷물에 휩쓸려 들어갔다. 하루 만에 약 130m의 물질을 퇴적시켰는데, 이는 지질학 기록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 엄청난 퇴적은 암석들이 충돌 후 몇 분, 몇 시간 안에 분화구 주변과 그 주변 환경에서 일어났던 일을 기록했다. 또한 지구상 75%의 생명을 앗아간 충격이 더 오래 지속되는 영향의 단서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굴릭 교수는 이를 지역 차원에서 짧은 불지옥으로 묘사했으며 그 다음이 장기간의 빙하기라고 표현했다.

굴릭 교수는 "우리를 튀긴 뒤 얼려 버렸으며, 그날 공룡이 모두 죽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공룡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 소행성의 충돌이 2차 세계대전때 사용했던 원자폭탄을 100억개 합한 것과 맞먹는 위력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 폭발로 수천㎞ 떨어진 나무와 식물에 불이 붙었고 미국 일리노이주까지 내륙에 도달한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했다. 분화구 안에서 연구원들은 숯과 토양 곰팡이와 관련된 화학 바이오 마커를 모래 층 또는 바로 위에 발견했다. 이는 새까맣게 타버린 풍경이 쓰나미의 물이 빠지면서 분화구 안으로 빨려들어갔음을 암시하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주 퍼듀 대학의 교수이자 충돌 분화 전문가인 제이 멜로쉬 박사는 산불에 대한 증거를 찾는 것은 과학자들이 소행성 충돌 영향에 대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멜로시 박사는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생명의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이었고, 지구상에서 일어났던 일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기록"이라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지구물리학연구소(UTIG)의 숀 굴릭(오른쪽) 교수는 영국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조안나 모건 교수와 함께 멕시코 동남부 유카탄반도 앞바다의 충돌 현장에서 암석을 회수하는 '2016 국제해양탐색프로그램(IOC) 과학시추' 임무를 공동 지휘했다. UTIG 제공
미국 텍사스주립대 지구물리학연구소(UTIG)의 숀 굴릭(오른쪽) 교수는 영국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조안나 모건 교수와 함께 멕시코 동남부 유카탄반도 앞바다의 충돌 현장에서 암석을 회수하는 '2016 국제해양탐색프로그램(IOC) 과학시추' 임무를 공동 지휘했다. UTIG 제공
■대량 학살의 주범은 대기로 방출된 황
그러나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 충돌 분화구 주변은 황이 풍부한 암석들로 가득하지만 중심부에는 황이 없는 것이다.

이 발견은 소행성 충돌이 충돌 현장에 존재하는 황을 가진 광물을 증발시켜 대기로 방출했다는 이론을 뒷받침한다. 대기로 방출된 황이 지구의 기후에 큰 피해를 입혔고, 햇빛을 반사시켜 빙하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소행성의 충돌로 적어도 3250억t의 황이 방출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것을 쉽게 설명하자면, 이것은 1883년 크라카토아 화산 폭발 당시 분출된 황보다 4배나 더 큰 규모인데, 이 황은 지구의 기후를 5년간 영하 16℃로 냉각시켰다.

비록 소행성 충돌이 지구 일부 지역을 파괴했지만, 당시 지구상 대부분의 다른 생명체와 공룡들을 멸종시킨 것은 바로 기후 변화였다.


굴릭 교수는 "진짜 살인자는 지구 대기"라며 "이렇게 대량 멸종을 당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기 효과뿐"이라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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