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어민 7000여명에 100억 화해금 인용
대리인 측 35억 성과보수로 챙겨 소송전으로
대리인 측 35억 성과보수로 챙겨 소송전으로
[파이낸셜뉴스] 지난 2007년 발생한 태안 기름 유출 사고의 피해어민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에 대해 성과보수를 너무 많이 받아갔다며 이를 반환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0부(조한창 부장판사)는 신안군피해주민단체위원회(위원회)가 법무법인 동인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동인은 위원회에 2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태안사고 피해어민에 100억 화해금 인용됐지만..
지난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해상 크레인이 충돌해 원유 1만900t이 유출된 사고가 발생했다. 인근 수역에서 조업을 해온 어민들은 큰 피해를 입었으나 해당 사고에 대한 사정재판에서 피해어민 1만3476명 중 불과 몇 백 명에 대해서만 총 4억원 상당의 피해액만이 인정됐다.
앞서 손해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피해어민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법원의 사정결정에 불복해 동인과 2013년 2월 소송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이의신청에 나섰다. 계약 사항은 동인이 착수보수로 4억원, 배상액으로 인용된 금액에 7%를 성과보수로 가져간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2015년 8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여러 소송에서 피해어민 7156명에 대해 99억여원의 화해금을 인용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됐다.
동인은 정부로부터 이 돈을 받아 34억6000여만원을 성과보수로 챙기고, 나머지 금액을 어민 측에 지급했다.
위원회는 동인이 성과보수로 가져갈 수 있는 돈은 배상액의 7%인 6억9000여만원인데, 무려 34억60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고 반발했다. 동인 측은 계약에서 27억원 상당의 지연손해금도 성과보수로 약정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위원회는 동인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28억9000만원을 반환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우선 2억원만 청구했다.
■1심 “위원회, 원고적격 없어”→2심 “인정”
1심은 위원회 측이 화해금을 청구할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각하 판결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본안 심리 없이 재판절차를 끝내는 것을 일컫는다.
재판부는 “앞서 태안사고 피해소송의 당사자는 위원회가 아닌 피해어민들 개개인으로서 화해금의 귀속주체는 피해어민들 개인”이라며 “피해어민들이 위원회에 위임했다는 손해배상액 수령권한의 범위에 소송수행권도 포함됐다면 이는 임의적 소송담당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임의적 소송담당은 권리관계의 주체가 제3자에게 소송수행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반면 2심은 “위원회는 자신이 계약의 당사자로서 법무법인과 체결한 위임계약에 근거해 반환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라며 이를 피해어민들이 제3자인 위원회에 소송수행권을 부여하는 임의적 소송신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계약에서 지연손해금 부분을 성과보수로 약정한 것이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연손해금 부분을 성과보수로 인정하고, 이를 뺀 원금에서 7%를 성과보수로 재산정하면서 동인이 위원회에 약 3억1300만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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