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인권문제..협상 지렛대로 활용할까?
대북 유화책+인권 지적, 전형적 '강온양면' 전술
대북 유화책+인권 지적, 전형적 '강온양면' 전술
이는 북·미대화의 문이 열린 가운데 북한의 가장 약한 고리 중 하나인 '아킬레스건' 인권문제를 부상시켜 다가올 북·미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트럼프식(式) 강온양면 전술로 풀이된다.
오토 웜비어는 지난 2016년 관광을 하러 북한에 갔고, 평양 소재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적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17개월 동안 구금됐다. 이후 2017년 6월 혼수상태인 상태로 풀려났지만 그는 미국 복귀 이후 6일 만에 세상을 떴다.
그가 혼수상태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몸과 뼈 등에서 보인 고문의 흔적이 나오면서 웜비어가 고문과 가혹행위에 의해 그 상태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웜비어 부모는 그의 사망 이후 북한 정권을 비판하면서 북한 인권 개선 활동에 나섰고,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도 미국 연방법원은 부모의 편을 들어 북한이 5억113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웜비어 부모를 민감할 수 있는 현 시점에 만난 것은 의미심장하다. 협상을 앞두고 웜비어 가족을 위무하는 차원일 수도 있지만 웜비어 사건이 가지는 상징성을 고려, 북한 인권 문제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화를 요구하면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 등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유화책을 썼다. 북한도 미 행정부보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과의 친분과 인간적 관계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 대화 복귀를 선언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벌어진 이 만찬은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도 해석 가능하다. 이 만찬이 정확히 언제 기획됐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회동하고, 2~3주 뒤에 실무협상을 갖기로 했지만 비핵화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판이하게 갈라지면서 계속 연기됐다. 이후 미국은 대화를 지속 촉구했고 북한은 지난 9일 대화 복귀를 선언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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