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약독물 감정관 출석…高 '우발범행' vs 檢 '계획살인' 공방
고씨 ‘머리카락 커튼’ 여전…교정당국, 근접촬영 불허·경호 강화
고씨 ‘머리카락 커튼’ 여전…교정당국, 근접촬영 불허·경호 강화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전 남편을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하고 은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36)에 대한 3차 공판을 16일 오후 2시30분 201호 법정에서 속행했다. 이날 재판도 범행의 고의성 여부를 놓고 검찰과 고유정 측 변호인 간 공방이 이어졌다.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 감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재판의 최대 쟁점인 수면 유도제 성분의 졸피뎀(zolpidem)이 검출된 혈흔 분석 결과에 대한 증거조사도 진행됐다.
■ "피해자의 혈흔에서 졸피뎀 검출된 것 맞다"
이날 첫 증인심문에선 고유정의 차량 내 이불과 무릎담요에서 발견된 졸피뎀 성분의 혈흔이 누구의 것인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의 공방이 펼쳐졌다.
검찰은 그동안 피고인의 차량에서 나온 이불과 무릎담요에 묻은 혈흔에서 졸피뎀 성분이 검출된 것은 고유정이 살인을 위해 범행 직전 음식에 졸피뎀을 섞어 먹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반면 고유정 측은 “피해자에게 졸피뎀을 먹인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피고인의 이불과 무릎담요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혈흔이 모두 나왔다"며 ”따라서 졸피뎀이 검출된 혈흔이 피해자의 것인지 피고인의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증인심문은 혈흔이 피해자의 것임을 확인한 감정관과 혈흔에서 졸피뎀을 검출한 감정관 2명에 대해 따로 진행됐다.
혈흔이 피해자의 것임을 확인한 A감정관은 "무릎담요 13개 부위에서 시료를 채취해 인혈(人血) 반응을 시험한 결과 7곳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났고, 이중 DNA 증폭기술을 통해 피해자의 것임을 확인한 것이 4곳, 피해자와 피고인의 DNA가 함께 나온 것이 1곳"이라고 설명했다.
또 혈흔에서 졸피뎀을 검출한 B감정관은 "혈흔이 나온 부분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결과 담요 2군데(12-4, 12-5)서 졸피뎀이 검출됐다"며 "해당 부분은 피해자의 DNA가 검출된 혈흔“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후 "고유정 측이 계속해서 졸피뎀이 누구의 혈흔에서 나온 것인지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날 재판으로 고씨 측의 주장이 명백히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 침묵 깬 고유정 “직접 진술할 기회 달라” 호소
재판부는 다음 공판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2명을 추가 증인으로 불러 졸피뎀 혈흔 공방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다음 공판은 오는 30일 오후 2시로 예정됐다.
앞서 고유정 측은 재판이 시작되자 재판부에 "모두 진술을 할 기회를 달라"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진술서는 피고인이 아니라 변호인이 작성한 것이고, 그동안 변호인 주장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1차 공판 때 모두 진술할 기회를 줬음에도, 피고인이 직접 진술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다음 재판에 본인이 직접 작성해 온다면 10분가량 진술할 기회를 주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교정당국은 1·2차 공판 때와는 달리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이유로 고씨에 대한 취재진의 근접 촬영을 막았다.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 제25조(신병 관련 초상권 보호조치)는 체포·구속영장의 집행 및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과정에서 피의자가 검찰청 내외에서 촬영·녹화·중계방송을 통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법원과의 협조체계 구축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다.
고유정에 대한 경호도 강화됐다. 첫 공판 때 고유정이 성난 시민에게 머리채를 잡혔을 당시 교도소 내부에서 호송을 맡은 교도관들의 책임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정당국은 이에따라 지난 2일 두 번째 공판부터 호송인력을 첫 공판 때보다 두 배가량 늘린 20여명을 배치했다.
법정에 출석하기 위해 연녹색 수의를 입고 호송 차량에서 내린 고유정은 이날도 머리카락을 풀어헤쳐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오던 이전 모습과는 달리 얼굴을 들고 법정에 들어와 자리에 앉고는 머리를 쓸어넘기기도 했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 7월 1일 구속 기소됐다. 형사소송법은 기소된 피고인의 1심 구속 기간을 최대 6개월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고유정에 대한 1심 판결은 연내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된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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