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취임 직후부터 2년 가까이 일본과 무역협상을 진행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침내 잠정 합의를 이뤘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미국은 일본의 농산물 시장에서 보다 유리한 입지를 얻었고 현지 언론들은 동아시아에서 무차별 무역전쟁을 벌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농민들의 표를 얻어낼 성과를 확보했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일본과 "관세 장벽에 관련된 잠정적인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며 관련 내용을 의회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몇 주안에 디지털 무역을 포함해 최종 무역 합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같은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24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맞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 회담을 열고 최종 합의문에 서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문은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 조기 발효를 위해 정부 차원의 서명으로 의회 비준을 대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일본 측은 합의 이후 의회 비준을 거쳐야 한다.
미 의회에 전달된 잠정 합의안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이 미국산 소고기와 돼지고기, 농산물 관세를 낮추는 조항이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에 대한 보상으로 기계 설비를 비롯한 일본산 산업재에 붙이는 관세를 줄이기로 했다.
이번 협정은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FTA)보다는 특정 산업군에 국한된 제한적인 협정으로 추정된다. 특히 관계자에 의하면 일본은 이번 협정에서 미 정부가 휘둘러온 25% 보복관세 위협을 차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에 안보를 구실로 수입산 철강에 25%에 달하는 보복관세를 부과해 일본에 타격을 입혔고 같은해 5월부터 수입차에도 같은 규모의 보복관세를 붙이는 절차를 시작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5월 발표에서 자동차 보복관세는 일단 6개월 미루겠다고 밝혔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1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일본 자동차에 보복관세를 물리지 않도록 따로 문서를 만들어 약속을 받겠다고 밝혔다.
내년 재선에 혈안이 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로 마침내 자랑할 만한 정치·경제적인 성과를 이뤘다. NYT는 미 농민 유권자들이 이미 중국과 무역전쟁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며 일본 농산물 시장 개방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행보에 힘을 실어준다고 예측했다. 그는 경제적으로도 이번 협정을 통해 일본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수준의 무역협정을 맺어 2017년 결정을 변명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일본을 포함해 12개국의 다자간 FTA였던 TPP에서 탈퇴한 이후 일본에게 독자적인 FTA를 맺자고 요구했으며 이번 합의를 통해 다른 TPP회원국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로 했다. 아울러 아베 총리는 지난 8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딱히 쓸 곳도 없는 미국산 사료용 옥수수 275만t을 약 8조원을 들여 사들이겠다고 약속했다. 익명의 일본 정부 관계자는 NYT를 통해 옥수수 구매가 일종의 정치적 거래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자동차 관세를 연기해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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