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반값 등록금 정책 이후
대학들, 인건비·운영비 오르고
학생수는 갈수록 줄어 재정악화
현행법상 인상해도 문제 없지만
국가장학금 등 불모에 언감생심
대학들, 인건비·운영비 오르고
학생수는 갈수록 줄어 재정악화
현행법상 인상해도 문제 없지만
국가장학금 등 불모에 언감생심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 악화일로
17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의 명목등록금은 407만6000원, 718만4000원으로 2011년 대비 각각 -5.0%, -2.9% 감소했다. 하지만 명목등록금에 물가인상률을 반영한 실질등록금은 국공립대학이 16.4%, 사립대 11.8% 인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한 대학 1개교당 등록금 수입 누적결손액은 513억4000만원에 달한다는 게 대교협의 설명이다.
이처럼 대학의 재정손실이 커지고 있지만 대학등록금 인상은 요원하다. 정부가 2011년 이후 반값 등록금 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대학은 직전 3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 내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4년제 대학 196곳 중에서 등록금을 인상한 학교는 5곳뿐이다.
대학들은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어려움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가계의 소득수준과 연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국가장학금Ⅰ유형과 달리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대학의 등록금 부담 완화를 목표로 하는 유형이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참여하려는 대학은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해야 한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도 신청할 수 없다. 본래는 등록금 심의위원회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등록금 액수를 결정할 수 있지만 정부가 재정사업을 볼모로 이를 가로막는 셈이다. 여기에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수는 매년 줄고 있고, 인건비, 관리운영비, 학생지도경비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재정이 악화하면서 대학 시설에 대한 투자, 우수 교수 초빙 등 공격적인 투자가 불가능한 구조가 되고 있다는 게 대학들의 항변이다.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 이성은 연구팀장은 "지난해 기준 전국 196개 대학 중 93개 대학에서 적립금에서 돈을 찾아 사용할 정도로 재정악화가 심각하다"며 "국가장학금 제도 개선 등 등록금 자율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 대학등록금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
이같은 대학들의 요구에도 교육부의 동결입장은 요지부동이다. 국내 대학의 등록금이 전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 10일 발표된 'OECD 교육지표 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공립대와 사립대는 조사 대상 46개국(OECD 회원국 37개국, 비회원국 9개국) 중 등록금 순위에서 각각 8위(4886달러)와 4위(8769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기존 조사때보다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대학의 등록금이 비싸 가계에 부담을 준다는 게 교육부의 판단이다.
등록금 인상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도 교육부에게는 걸림돌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6월 "등록금을 풀거나 자율화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선택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등록금 인상 대신 교육부는 지역연고산업기술진흥산업(RIS사업), 두뇌한국21(BK21), 사회맞춤형 학과 중점형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전문대학혁신 지원사업 등을 통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은 학생, 학부모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등록금 동결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연초부터 대교협을 통한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나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대학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