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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 비켜간 日 소형가전…'경쟁력 차이' 국산제품 숙제로 [현장르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8 18:09

수정 2019.09.18 20:09

日 발뮤다 매장 가보니
"국산 브랜드 디자인 맘에 안들고
대기업 제품은 가격 너무 비싸다"
디자인·성능 좋은 일본제품 찾아
18일 서울 남대문로 롯데백화점 8층에 있는 일본 소형가전 브랜드 발뮤다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강현수 인턴기자
18일 서울 남대문로 롯데백화점 8층에 있는 일본 소형가전 브랜드 발뮤다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강현수 인턴기자
"사실 불매운동의 영향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하루에 제품 3~4개는 꾸준히 팔리고 있는 걸요."

18일 서울 남대문로 대형 백화점 본점의 일본산 소형가전 발뮤다(BALMUDA) 매장 직원 최모씨(43)는 최근 고조된 반일감정과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7월부터 일본 정부의 수출제재 이후 국내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됐지만 소형가전만큼은 여전히 일본산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증명하듯 롯데백화점 소형가전 매장에는 발뮤다의 토스터, 선풍기, 가습기, 공기청정기 등이 메인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발뮤다는 지난 2003년 일본에서 설립된 프리미엄 생활가전 업체다. 심플한 디자인과 성능으로 인기를 얻으며 '가전계의 애플'로도 불린다.
현재 전 세계에서 판매 중이지만 유독 한국 시장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다. 한국은 발뮤다 글로벌 매출 1위 지역으로,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한다.

■일본 소형가전은 불매 '무풍지대'

이날 남대문로 대형백화점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하나같이 발뮤다를 대체할 국내산 브랜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비자 김유정씨(31·가명)는 "'노노재팬'에서 국내산 소형가전 브랜드를 알아봤지만 온라인만으로는 품질을 못 믿겠다"며 "발뮤다는 이미 검증된 브랜드라 믿고 사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30만원 상당의 발뮤다 토스터를 한 대 구매했다.

또 다른 소비자 박주연씨(38·가명)도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국내산 브랜드 중에 중소기업 제품은 디자인이 별로고, 대기업 제품은 너무 비싸다"며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인 건 알겠지만 디자인이나 성능, 가격을 다 따져가면서 물건 사고 싶은 게 소비자의 마음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이곳 판매원들도 발뮤다의 높은 인기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인근 필립스 매장 직원은 "1인가구나 30~40대 신혼부부가 특히 발뮤다를 많이 찾는다"면서 "가격경쟁력이 있는 국산 제품을 보다가도 결국 디자인이 예쁘고 성능 좋은 발뮤다 제품을 사 가는 편"이라고 전했다.

■메인 진열대에 단독매장까지

일본산 불매운동에도 발뮤다를 찾는 고객이 많다보니 백화점, 가전매장마다 발뮤다 상품을 매장 중심에 배치하고 있다. 이날 찾은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마트는 소형가전 브랜드 중 발뮤다만 유일하게 단독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송파구 한 대형마트의 발뮤다 판매원은 "일본제품 불매운동 때문에 매장을 철거한다든가 규모를 축소한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 없다"면서 "발뮤다가 오히려 여기 소형가전 중에 제일 잘 팔리니까 단독매장까지 생긴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TV, 세탁기, 냉장고 등 일본산 대형가전은 국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글로벌 선두업체들인 삼성과 LG가 국내 시장을 양분하면서 일본 브랜드가 설 자리가 사라진 탓이다.


송파구 양판점의 삼성전자 매장 직원은 "우리 브랜드가 이미 세계 최고인데 소비자들이 일본 게 눈에 들어오겠느냐"면서 "소니가 벽걸이TV 만든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소비자도 많다"고 귀띔했다.

강현수 인턴기자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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