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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기저귀 의료폐기물 제외? 세균 감염엔 속수무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9 18:22

수정 2019.09.19 18:22

"폐렴·요로감염 세균 등 득실득실
병원 감염관리 규정도 없어 위험"
의료폐기물협회, 복지부 조사 요구
환경부 "감염 가능성 높지 않다"
'세균덩어리'로 밝혀진 요양병원 일회용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해서는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고조되면서 환경부가 아닌 질병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보건복지부가 재조사에 나서 국민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넘쳐나는 의료폐기물 대란을 막기 위해 최근 감염 우려가 낮은 요양병원 일회용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한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전국 요양병원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기저귀는 폐렴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폐렴구균과 폐렴균 녹농균이 검출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해서는 안된다는 반대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연구책임자 서울시립대 이재영 교수, 위탁연구책임자 단국대 김성환 교수)는 한국의료폐기물협회의 의뢰를 받아 최근 전국 105개 요양병원에서 배출된 일회용 기저귀를 무작위로 채취해 감염성 균 검출 여부를 조사한 결과 총 97곳(92%)에서 감염성 균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요로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대장균과 부생성 포도상구균은 80개소, 18개소, 19개소의 요양병원에서 배출된 일회용 기저귀에서 발견됐다.


여기에다 각종 화농성 염증과 식중독부터 패혈증까지 다양한 감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황색 포도상구균이 74개소에서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지금의 대부분 요양병원에서는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일회용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할 경우 감염관리에 허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립암센터에서 나온 자료와 통계청 자료를 취합해 지난 2017년 사망자 18만명 중 감염병 사망자가 2만8000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10%에 달했다"면서 "이는 뇌혈관 질환 사망자 2만2700명보다도 높은 수치"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노년층의 경우 요양병원 혹은 일반병원에서도 입원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폐렴이나 요로감염 등에 노출돼 있는 데다 실제로 감염병 사망자 중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가 1만9378명으로 68%를 차지하고, 패혈증도 4000여명 된다"면서 "패혈증 중에서도 폐렴에 의한 패혈증이 상당 부분 존재하고 있어 전반적 사망률은 폐렴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요양병원의 입원환자 특성상 대학병원 등에서 중증질환을 앓고 난 이후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므로 대학병원에서 여러가지 다제내성균을 보균하고 입원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지만 아직까지 요양병원에는 감염관리 전담자를 두게 하는 규정이 없어 관리를 철저히 해 병원 내에서 환자들이 중증감염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환경부에서는 100곳의 전국 요양병원에서 500명의 환자 기저귀에서 감염균 검출률이 6% 수준이므로 위해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환경부와 한국의료폐기물협회의 주장이 상반돼 논란이 빚어지자 지금이라도 질병에 관한 문제는 전문부서인 보건복지부가 나서 이를 재조사해 병원 내 감염 우려성과 처리 문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법률 개정에 동참,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의료폐기물협회에서는 전국 13곳의 처리시설 가운데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의료폐기물 불법 보관과 처리량 문제는 경북 고령군에 위치한 1개 업체만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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