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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면서.. 명절마다 버려지는 반려동물 어쩌나 [당신의 양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1 11:19

수정 2019.09.21 11:19

이번 추석에 버려진 동물만 '1359마리'
동물보호법·동물등록제 유명무실.. 해답은?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뉴스] ※편집자주 자신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 당신의 '양심'은 어디쯤에 있나요?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입니다. 국민 5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뜻이죠. 그동안 널리 쓰이던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는 점점 '반려동물'로 변하고 있습니다. 함께 사는 동물들은 이미 가족과 같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 반려동물들이 가장 많이 버려지는 시즌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명절'입니다. 가족들 모두가 장기적으로 집을 비우게 되는 명절과 여름휴가철에 유기되는 반려동물의 수는 상당합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18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추석에는 1542마리, 설에는 1327마리가 유기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명절 직후 유기동물 공고 건수는 평소의 2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반려동물 호텔, 지자체 쉼터 있지만.. 여전히 버려지는 생명
명절 때 가족들과 함께 고향을 갈 수 없는 동물들은 주로 반려동물 호텔에 위탁됩니다. 하지만 1박 기준 가격은 최소 2~3만원부터 시작하며, 이마저도 명절에는 예약을 하기 쉽지 않습니다. 명절 연휴만 되면 반려동물 호텔과 펫시터를 구하기 위한 '대란'이 벌어집니다.

반려묘와 함께 서울 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 장모(28·여)씨는 "호텔에 맡기려고 알아봤는데 가격이 싼 편도 아니고 예약도 쉽지 않아 고민을 많이 했다. 부모님이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반려묘를 데리고 고향에 다녀왔다"라고 전했습니다.

[사진=노원구청]
[사진=노원구청]

반려동물 유기를 막기 위해 지자체에서는 명절 반려동물 보호 쉼터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서울 노원구는 작년 추석부터 반려견 보유 가구를 위한 '반려견 쉼터'를 운영했습니다. 민간 시설에 맡기는 것이 부담되는 가정을 위한 서비스이지만, 명절 때 급증하는 유기견 발생을 예방하는 차원이기도 합니다. 서울 서초구도 이번 추석, 이와 유사한 반려견 돌봄 쉼터를 열었습니다.

이런 선택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명절에도 수많은 생명들이 길에 버려졌습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된 9월 12일부터 연휴 바로 다음날인 16일까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유기동물 공고 건수는 1359건이었습니다. 16일 하루에만 713건의 유기동물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8~9월 월요일 평균 신고 건수인 607건을 웃도는 수치였습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지난 2018년 추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명절이라 그런지 유기동물 입양 앱 알람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가 첨부한 휴대전화 화면에는 유기동물이 새로 구조됐다는 알람이 가득했습니다. 이 구조 알람은 평소 하루 1~3건 정도에 불과했다고 하네요. 이 소식을 접한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슬프고 화가 난다", "고향 가는 길에 동물들 좀 버리지 말아라"라는 원성을 보냈습니다.

■'유명무실'한 동물보호법·등록제.. 처벌 강화가 답이다?
이렇게 버려진 동물들은 어떻게 될까요? 구조된 유기동물이 주인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는 13%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30% 정도가 새로운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는 자연사하거나 안락사를 당합니다. 구조된 유기동물의 절반 이상이 보호소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셈입니다.

반려동물 분실·유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8년 처음 마련된 '동물등록제'는 2014년 전국적으로 의무화됐습니다. 하지만 등록률이 30% 수준으로 저조하고,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죠.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유기한 소유자에게는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하지만 그 의도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지자체의 동물보호 전담인력 부족으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전국적으로 적발된 동물 유기 건수는 불과 15건입니다.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반려동물 유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습니다. 이에 실제 처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 동물 유기를 '학대'에 포함시켜 과태료를 벌금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동물 유기 처벌 강화는 물론, 동물 편의·위탁시설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장기간 마음 놓고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시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명절에 동물들이 유기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반려동물과 동반 입장이 가능한 휴게소, 식당 등이 점차 늘어나는 것도 이 수요를 반영한 것입니다. 반려견 두 마리와 함께 생활하는 주부 윤모(44)씨는 "명절에 강아지 맡길 곳을 찾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저렴한 가격에 동물들을 맡길 수 있는 시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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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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