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역차별 해소법이 되레 국내 IT만 옥죄는 규제로 둔갑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5 18:30

수정 2019.09.26 08:27

<하> 4차 산업혁명 육성한다면서 현실은 IT규제 공화국
전기통신사업법 통과되더라도
구글 등 망이용료 안내면 ‘그만’
유튜브 겨냥 가짜뉴스 방지법도
과징금 부과할수 있을지 의구심
"필요한 규제 원점서 재검토해야"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4차 산업혁명 육성을 기치로 꺼내들었다. 대통령 직속으로 4차 산업혁명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국회에서는 이를 화답하듯 국회 차원의 4차산업 특위를 만들었다. 하지만 한국의 실상은 정부와 정치권이 수년 째 4차 산업혁명 육성과 국내외 기업의 역차별 해소를 외치면서 규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신설해 '규제공화국'이 되고 있다. 이에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IT 기업이 새로운 시도를 지속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기존 규제도 합리적인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차별 해소법이 되레 국내 IT만 옥죄는 규제로 둔갑
25일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정기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한국 사장을 부르기로 의결했다. 국회가 이들을 증인으로 채택한 이유는 '망 이용료'를 둘러싼 역차별 해소를 위해서다. 구글 자회사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LTE 데이터 트래픽 비중이 67.5%에 달하지만 구글은 국내 이동통신사에 망 이용료를 한 푼도 내고 있지 않다. 페이스북은 망 이용료를 내긴 하지만 네이버(700억원), 카카오(300억원)보다 적은 망 이용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정부가 역차별 해소를 기치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면 국회는 이를 법률로 강제하는 법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3월 대형 CP에게 통신망 확보를 위한 의무를 부과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 취지에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가 국내 시장에서 트래픽 폭증을 유발해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지만 비용은 전혀 부담하지 않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를 겨냥한 법이다. 하지만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정작 구글, 넷플릭스는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국내 CP 관계자는 "구글과 넷플릭스는 미국 현지에서도 망이용료를 내고 있지 않다"면서 "이 법은 '제2의 역차별법'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것 뿐일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를 근절하겠다고 지난해 내놓은 '가짜뉴스 유통 방지법'도 전형적인 역차별 입법으로 꼽힌다. 이 법도 유튜브에 떠도는 가짜뉴스가 사실상 주요 타깃이다. 하지만 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이용자 삭제 요청을 처리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하고, 그렇지 않으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의무조항이 담겨있다. 즉, 플랫폼 사업자가 가짜뉴스를 책임지고 지우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 법은 가짜뉴스 판별의 모호성 문제 외에도 과연 가짜뉴스가 가장 주로 유통되는 유튜브에 이 같은 책임을 물리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은 상황이다.

또 방송통신위원회가 전기통신사업자의 행위를 일시적으로 중지할 수 있는 명령권을 부여하는 개정안은 세밀하게 보완하지 않으면 과도한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법이다.
지난해 KT 아현사고 화재 이후 신설된 전기통신사업법은 법안이 졸속으로 처리되면서 법체계 문제로 갑자기 부가통신사업자가 포함된 과잉입법 사례다.

이 같이 정치권과 정부가 목표, 취지와는 다르게 규제를 쏟아내면서 글로벌 IT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IT기업만 규제 리스크로 옴짝달싹 못하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국 IT 서비스가 활성화된 나라가 한국 말고 몇 곳이나 있는가"라면서 "국내 IT기업도 새로운 시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필요한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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