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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탄핵절차 개시, 美경제 좌초할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6 11:07

수정 2019.09.26 15:44

[파이낸셜뉴스]

미국 클린턴 대통령 탄핵스캔들 당시 S&P500 주가 추이 자료=비스포크, CNBC 1월19일: 르윈스키 추문 보도, 러시아 외환위기.LTCM 파산, 2월12일: 상원, 클린턴 탄핵 부결
미국 클린턴 대통령 탄핵스캔들 당시 S&P500 주가 추이 자료=비스포크, CNBC 1월19일: 르윈스키 추문 보도, 러시아 외환위기.LTCM 파산, 2월12일: 상원, 클린턴 탄핵 부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절차가 시작되면서 미 경제와 주식시장, 중국과 무역협상, 내년 대통령 선거 등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전문가들은 일단 대부분 탄핵이 실제로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고, 미 경제와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력 역시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탄핵사태가 미중 무역전쟁 심화로 연결되거나, 소비둔화를 부를 경우, 또 내년 대선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 등 덜 기업친화적인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경우 미국의 최장기 호황과 강세장은 끝날 가능성도 있다.

탄핵은 경제 아닌 정치적 사안
CNN비즈니스는 25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식 탄핵절차가 개시됐지만 지금 당장은 큰 충격이 없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전화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들의 비리에 관한 조사를 수차례 요청했다. 이를 두고 미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사 외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녹취록은 A4 5쪽 분량이다.

하지만 하원의 탄핵절차 개시는 당분간 경제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헤지아이 리스크매니지먼트의 리서치 책임자 대릴 존스는 "시장이 단기적으로 흔들릴 수는 있지만 이는 경제에 근본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닌 정치적 사안이라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면서 시장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탄핵 개시가 알려진 24일 뉴욕증시는 하락했지만 탄핵절차 개시는 악재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고, 탄핵의 확실한 근거가 되는 녹취록이 공개된 25일에는 되레 뉴욕증시 3대 지수 모두 0.6%가 넘는 높은 상승세를 장을 마쳤다.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탄핵이 가결된다해도, 상원 의원 3분의2 이상이 탄핵에 찬성해야 하는 까다롭고 지난한 절차가 탄핵이어서 탄핵이 현실화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동요를 막는 주된 배경이다.

무역전쟁 영향
그러나 미 경제와 주식시장에 가장 큰 복병으로 자리잡은 미중 무역전쟁에 탄핵절차 개시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탄핵절차 개시로 힘이 빠졌다고 판단이 되면 중국이 무역협상에서 발을 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미 대선에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더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중국을 움직일 수 있고, 무역전쟁은 그 때까지 악화하면서 경제와 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계속해서 미칠 수도 있다. 내셔널증권 수석 시장전략가 아트 호건은 "대통령의 힘이 빠졌다고 보게 되면 중국이 얼마나 기꺼이 양보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코웬 워싱턴 리서치그룹의 크리스 크루거 상무는 탄핵 스캔들 때문에 백악관이 무역협상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어느 누구도 무역협상에 집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반대로 탄핵스캔들이 트럼프를 무역협상을 내몰 수 있다는 전혀 다른 전망도 나온다. 내년 대선 판도를 뒤집기 위해 트럼프가 중국과 역사적인 무역협정에 속도를 낼 것이란 예상이다. 그렇게 되면 미 경제와 시장은 다시 상승 시동을 걸 수 있는 대형 호재를 선물받게 된다.

닉슨 때는 급락, 클린턴 때는 상승
탄핵에 맞닥뜨렸던 리처드 닉슨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당시 주가는 탄핵 스캔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음을 시사한다. 탄핵이 확실시되자 1974년 닉슨이 사임을 했고, 당시 주가는 큰 폭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이 때에는 이미 뉴욕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한 상태였고, 경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수출 제한에 따른 오일쇼크와 공급충격에 따른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로 몸살을 앓던 때였다. 탄핵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는 했겠지만 하강세의 주된 배경은 아니었다.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간 성추문이 불거진 1998년 1월부터 탄핵절차가 시작되고, 이듬해 2월 상원이 클린턴에 면죄부를 줄 때까지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되레 28% 상승했다.
1998년 여름 S&P500 지수가 20%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지만 이는 러시아 외환위기와 미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 후폭풍이었을 뿐이다. 주가 지수는 다시 회복해 수개월 뒤 다시 사상최고치로 올라섰다.
결국 탄핵절차 개시 그 자체보다도 탄핵스캔들이 미중 무역협상과 소비, 내년 대선에 어떤 간접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가 미 경제와 시장의 판도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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