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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 '잔탁' 성분, 국내 269개 제품서 발견...판매중단·회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6 10:00

수정 2019.09.26 10:43

[파이낸셜뉴스] 해외서 발암물질이 검출돼 문제가 된 위장약 '잔탁' 성분이 국내 269개 제품에서 발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궤양치료제나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잔탁의 주원료인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을 수거·검사한 결과, 269개 제품에서 발암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국내 유통 중인 라니티딘 원료의약품(7종)과 이를 사용한 완제의약품(269품목) 전체에 대해 잠정적으로 제조·수입·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하고 처방을 제한하도록 조치했다.

식약처는 지난 14일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에서 NDMA가 미량 검출됐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발표 이후, 국내로 수입되거나 국내에서 제조·유통 중인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을 수거해 검사했다.

그 결과 국내 유통 중인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 7종에서 NDMA가 잠정관리기준(0.16ppm)을 초과해 검출됐다.


NDMA가 검출되는 원인은 라니티딘에 포함되어 있는 아질산염과 디메틸아민기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체적으로 분해·결합해 생성되거나 제조과정 중 아질산염이 비의도적으로 혼입되어 생성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식약처는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라니티딘 중 NDMA 발생원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정확한 원인을 분석할 계획이다.

라니티딘의 NDMA 잠정관리기준 0.16ppm은 라니티딘 1일 최대 복용량(600mg)을 평생 섭취하는 것을 전제해 산정했다. 이는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 가이드라인(ICH M7)과 국내·외 자료,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전문가 자문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설정한 것이다.

식약처는 전문가 자문을 거친 결과,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을 단기 복용한 경우 인체 위해우려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라니티딘 성분을 가장 많이 처방받은 질환은 위장질환인 역류성식도염, 위염, 소화불량 등이며 처방기간은 연간 6주 이하의 단기복용 환자의 비율이 높았다.

다만, 해당 의약품을 장기적으로 복용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식약처는 향후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평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임상분야 등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라니티딘 인체영향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실시하고, 해외 규제기관과도 긴밀하게 협력할 예정이다.

또 보건복지부는 병·의원, 약국에서 잠정 판매중지된 의약품이 처방·조제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이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 수는 총 144만명이다.

의약품을 처방 받은 환자 중 안전에 우려가 있는 사람들은 처방을 받은 병·의원을 방문해 해당 의약품 포함여부 문의 및 위궤양치료제의 추가 복용 필요성 여부를 의료진과 상담하도록 한다. 상담을 통해 위궤양치료제 등의 복용이 필요한 경우 병·의원에서 재처방을 받은 후 약국에서 재조제가 가능하다.

기존에 처방을 받은 병·의원 또는 약국에서 의약품의 재처방·재조제시 1회에 한해 본인부담금이 발생하지 않다. 또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직접 구입이 가능한 일반의약품도 약국을 방문해 교환 또는 환불 받을 수 있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서 제약사가 현재 유통 중인 해당 의약품을 원활하게 회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잠정 판매중지 및 처방제한 의약품 목록은 식약처 홈페이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위장약, 라니티딘, NDMA' 단어 검색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김영옥 의약품안전국장은 "향후 의약품 안전사고 발생 시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관련 부처, 제약바이오협회, 의사협회, 병원협회, 약사회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운영하고 의약품안전에 관한 공제제도, 구제기금, 책임보험 가입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 적절한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의약품의 위해가 발생한 경우를 대비해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사전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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