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일부 사설 렉카(견인차량)의 운영 행태가 운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먹잇감을 포착한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렉카들이 운전자들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는 물론이고 도로 위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곡예주행에 감청까지..불법 온상
일부 사설 렉카의 운영 방식이 문제가 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일감을 따내기 위해 일부 렉카가 위험천만한 운행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30일 고속도로순찰대와 운전자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렉카들은 사고 발생 지점까지 최단 시간에 가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가장 보편적인 것이 사이렌을 울리며 일반 차량들의 양보를 강요하는 방식이다. 심지어 역주행이나 갓길운전 등 곡예주행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설 렉카가 경광등과 사이렌을 부착한 채 도로 위를 누비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갓길 주차도 예사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도로 주변에 아예 주차를 해놓고 사고를 기다리는 것이다.
특히 견인 대상 차량이 고가일 경우 단가도 높아지는 운영 방식은 이같은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렉카 운전자들은 아예 소방서나 고속도로 순찰대의 무전을 감청하기도 한다. 일부는 잦은 법규 위반으로 면허가 취소됐음에도 무면허로 렉카 운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처벌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사설 렉카 운영에 나서는 이유는 역시 돈이다. 이들은 "도로 교통에 방해되니 빨리 차를 빼야 한다"며 운전자를 현혹한 뒤, 건당 적게는 50만원부터 많게는 200만원까지 이용료를 받아낸다.
3년차 렉카 운전자 김모씨(34)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빠르게 현장에 도착해도 허탕을 치는 경우가 많다보니 갖가지 불법 수단들이 난무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가장 먼저 도착해 고급 차량 견인에 성공하면 최소 수십만원을 벌 수 있으니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운전자, 하소연 하고 싶어도..
사설 렉카의 이같은 막무가내식 운영에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운전자들이 많다. 교통 사고로 인해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주로 문제가 발생하는 데다, 비용 청구 방식이나 운영 행태에 녹아 있는 불법적 소지를 운전자들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사설 렉카 피해 신고는 3년 간 32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설 렉카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라기 보다 운전자들이 피해 구제 대상이 된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거나 어디에 신고해야 할 지 모르는 운전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도로교통공단이나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은 사설 렉카 운영 현황·피해 현황 등을 따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나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신고를 할 수 있지만 접근성이 높지 않다.
사설 렉카의 운영 행태가 사실상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무법인 동인 류정원 변호사는 "사설 렉카 운영 행태를 보면 자동차 관리법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 전파관리법 위반 등 불법적 소지가 다분하다"며 "곤경에 빠진 운전자를 상대로 부당이득을 취한 것 등도 법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운전자와의 합의 하에 진행 된 것'이라고 막무가내식 주장을 이어갈 경우 운전자들이 제 권리를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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