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울산 선박 화재 화학물질 유출 3일 째 계속..피해 확산 우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30 17:47

수정 2019.09.30 17:50

스티렌모노머(SM) 증기 형태로 유출
장생포 대기에서 평소 보다 많은 양 검출
사고 당일 큰 폭발 3번이나 유출량 상당
독성 강한 메탈메타크릴레이트은 유출여부 확인 안돼
지난 28일 울산시 동구 방어동 염포부두서 발생한 케이맨제도 선적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의 폭발과 화재는 이 배 우현 9번 탱크에 실려 있던 5245t가량의 스티렌모노머(SM) 일부가 유출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울산소방본부 제공
지난 28일 울산시 동구 방어동 염포부두서 발생한 케이맨제도 선적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의 폭발과 화재는 이 배 우현 9번 탱크에 실려 있던 5245t가량의 스티렌모노머(SM) 일부가 유출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울산소방본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폭발사고가 발생한 울산 염포부두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에서 사고 발생 3일이 지나서도 유해 화학물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독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진 메탈메타크릴레이트(MMA)는 유출여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9월 30일 울산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울산 동구 방어동 염포부두서 발생한 석유제품운반선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의 폭발과 화재는 이 배 우현 9번 탱크에 실려 있던 5245t가량의 스티렌모노머(SM) 일부가 유출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울산 장생포에서 대기중 유해물질 급증
SM은 무색의 방향성 액체 상태지만 열이나 화재에 의해 폭발적으로 중합반응을 발생키는 물질이다. 흡입 또는 피부 흡수 시 피부와 눈에 자극 또는 화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독성물질이다.


소방본부 측은 액체 상태로 실려 있던 SM이 탱크의 압력 이상 또는 고온으로 기화하면서 탱크 외부로 유출됐고, 선체 내에 응집돼 있다가 어떠한 요인에 의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당시 SM의 유출량은 큰 폭발이 3차례나 이어질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이로 인해 사고 다음날인 29일 오전 사고지점에 대한 유해가스 측정결과 SM성분은 118ppm으로, 국내 허용기준의 6배 이상 검출됐고 세계기준(20~100ppm)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이에 소방당국은 현장 활동 대원들을 상대로 수시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민간피해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 당시 울산지역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바람이 불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울산보건환경연구원이 사고 지점 반대편인 울산시 남구 장생포동에서 실시간 유해화학물질 측정 장비를 가동한 결과 대기중 SM성분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진도 울산시 환경보전과장은 “SM은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알고 있으며 보건환경연구원이 사고 발생 후 24시간에 걸쳐 대기중 물질을 분석한 결과 평소와 비교해 아주 많은 양이 검출됐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사고 지점과 가까운 울산시 중구 반구동과 북구 명촌동 등에서 평소 맡지 못했던 매스꺼운 냄새가 난다는 시민들의 제보가 있었다.
■ 사고발생 3일째 증기 형태로 유출.. 양은 줄어
문제는 사고 운반선에서 SM이 계속해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의 유출량도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유출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종근 울산소방본부장은 “탱크 내부에 있는 화학제품들의 양에 대해 선사 측의 정보가 매번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고 당일 폭발을 일으키며 연소된 SM도 증기 형태로 유출돼 정확한 양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고 발생 3일이 지난 현재도 선체 내에서 증기 형태의 SM을 식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 양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SM보다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메탈메타크릴레이트(MMA)의 경우 유출여부가 좀처럼 판단되지 않고 있다. 사고 당일 현장에서 MMA 성분이 검출됐지만 다음날에는 검출되지 않아서다.

MMA는 흡입 또는 피부 흡수 시 독성영향을 나타낼 수 있는 물질로, 인화점이 10℃에 불과해 화재 위험성이 매우 크다. 이 배의 우현 10번 탱크에 889t이 실려 있다.

이에 따라 소방당국은 “사고 일에는 검출됐지만 다음날에는 검출되지 않아 유출여부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며 “10번 탱크에 대한 정밀조사 후 유출여부를 알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사고 선박에 아직도 14종 2만7000여t의 독성물질이 적재 중인 가운데 오는 3일 쯤 제18호 태풍 '미탁(Mitag)'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울산시가 하역 등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화재로 인한 선박 내 열기가 가시지 않아 현장 감식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사 측에서는 적재물을 환적해 옮길 생각을 갖고 다른 운반선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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