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슬빈 기자 = "갓두기 담구기(깍두기 담그기). 무을 네모나게 써러가지고(무를 네모나게 썰고)…"
할머니의 맞춤법도 틀리고 삐뚤빼뚤한 글과 손녀의 아기자기한 그림이 어우러진 귀여운 요리책이 나왔다.
'할머니의 요리책'의 저자는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아흔이 넘은 할머니 곁에서 할머니의 레시피를 기록했다.
오이김치, 백숙, 무말랭이, 식혜 등 책에 등장하는 30여 가지 요리들은 우리에겐 너무 흔한 '집밥' 메뉴들이다.
요리법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이 담겨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정성스레 재료를 손질하고, 준비하는 과정에 담겨 있는 가족들을 위한 사랑이 할머니의 레시피를 특별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요리책의 매력은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이라는 점이다.
할머니의 레시피는 한눈에 보기 어려울 정도로 삐뚤빼뚤하게 쓰여 있고, 가끔은 요리법이 아닌 그 날의 하루를 적어 놓기도 했다. 저자는 이를 보기 좋게 해석해 놓기도 하고, 관련된 추억들을 꺼내어 적어 넣었다.
독자는 책을 읽어 나가며, 개개인이 가진 할머니 혹은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저자의 할머니는 지난 7월 세상을 떠났다. 저자는 이 책을 만들며 어느 때보다 행복을 느꼈다고 말한다. 할머니가 본인에게 해 주었던 것처럼, 그는 오랫동안 할머니 옆에서 할머니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 할머니의 요리책 / 최윤건, 박림 지음 / 위즈덤 하우스 펴냄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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