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뉴스1) 이윤희 기자,이상휼 기자,유재규 기자 = 경찰은 2일 "화성사건의 주범으로 밝혀진 이춘재(56)의 자백을 끌어 낼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라포르(Rapport)'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수사진행 브리핑에서 "프로파일러들과 9차례 접견조사를 받은 이춘재와의 사이에서 '라포르'가 형성된 것이 (이씨의)자백을 받아내는 계기가 됐다"고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라포르(Rapport)는 두 사람이 대화를 통해 그 사이에서 충분히 감정적,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상호신뢰관계를 말하는 심리학 용어다.
경찰은 이춘재의 심경 변화가 지난 주말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8차례까지 자신의 범행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온 이춘재가 프로파일러와의 신뢰를 쌓아가며 심경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프로파일러 중에는 2009년 여성 10명을 살해한 강호순의 자백을 끌어낸 공은경(40) 경위도 포함됐다.
지난달 18일 이춘재와의 첫 대면조사때 부터 투입된 공 경위는 매일 같이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그를 만나 압박과 회유를 반복하며 라포르를 형성해 왔다.
경찰은 또 이춘재의 자백 이유로 추가 DNA 확보를 꼽았다.
1986년 12월14일 발생한 4차 사건의 용의자 DNA와 이춘재의 DNA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를 토대로 이씨를 압박한 게 적중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반기수 수사본부장은 "이춘재가 9차례 접견조사를 받으면서 라포르가 형성됐고, 이때 국과수의 DNA 감정결과물을 (이씨에게) 제시한 것이 자백을 하게 된 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4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또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고 경찰이 각종 유사수법의 범죄를 전면 재수사 하는 것에 대해 이춘재가 부담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경찰은 화성사건 5·7·9차 피해여성 유류품에서 나온 DNA와 50대 남성의 DNA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처제를 강간·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25년째 수감 중인 이춘재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하고 수사를 벌여 왔다.
경찰은 이춘재의 자백을 끌어 내기 위해 수사관과 프로파일러를 이씨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에 보내 총 9차례 대면조사에 나섰다.
그간 대면조사에서 범행 자체를 완강히 부인해 온 이춘재는 끈질긴 경찰의 추궁 끝에 화성사건 외 5건과 30여차례 강간을 했다는 자신의 범행 사실을 전날 오후 모두 시인했다.
반 수사본부장은 "현재 자백내용에 대한 수사기록 검토, 관련자 수사 등으로 자백의 임의성, 신빙성, 객관성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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