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압장비 확보·시스템 구축 시급
■ 울산 대형 유류저장탱크 4406기
당시 울산시소방본부는 45대의 소방차와 150명의 인력을 투입했지만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화학물질에 불이 붙은 데다 연소되면서 발생한 엄청난 열기로 접근조차 어려웠다. 바다 쪽은 접근조차 안돼 절반만 대응이 가능했다. 때마침 부산에서 달려 온 부산해경 소속 3000t급 3001 경비함이 도착해 화재 확산과 진화에 결적정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3001함은 소화포의 위치가 높고 시간당 120t, 1분 당 13만ℓ의 물을 뿜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소방차 1대의 분사량이 6000~7000ℓ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능력이다. 울산은 안타깝게도 이번 사고에 500t급 화학방재함과 300t급 방재함 4~5척을 투입하는데 그쳤다. 육상의 소방차가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면 대규모 폭발이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울산은 액체화물 물동량 1위뿐만 아니라 저장·취급량 또한 2071만4599kℓ로 전국의 45%에 이른다. 지난 2018년 화재가 발생한 고양시 저유소 지중탱크와 같은 대형 유류저장탱크는 4406기로, 국내에서 가장 밀집해 있는 곳이다. 특히 국내 장비로는 진화가 불가능한 직경 34m 이상 되는 탱크만 261기가 있다. S-OIL, SK에너지가 쓰는 탱크의 경우 직경이 85m나 된다.
■ 대형화재 대응 진압장비 확보 시급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울산항과 울산지역 대형 석유·화학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장비와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도 10월 업무보고회에서 "부산에서 화재진압을 위해 달려오는 데 4시간이 걸렸는데, 다행히 탱크연쇄폭발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기적"이라며 진압장비의 태부족을 지적하고 부산처럼 선박화재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전용 진압장비 확보 방안수립을 지시했다.
하지만 이번에 맹활약한 부산해경의 3001함의 경우 건조비용만 400억원 규모여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다행히 울산시소방본부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육상에서 대응 가능한 대용량포방사시스템 2세트를 도입키로 하면서 위안이 되고 있다.
총 176억4800만원의 국비가 투입되는 이 시스템은 300mm 대구경 호스로 1분당 포수용액 3만ℓ를 방사할 수 있다. 그동안 국산 장비로 진화가 어려웠던 직경 34m~45m를 초과하는 대형 유류저장탱크 화재에도 대응할 수 있다. 울산소방본부는 2021년까지 2세트를 모두 구축할 계획이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대형 탱크 화재 시 고온의 열기류로 인해 일반 화학소방차로는 화재액 표면에 포수용액을 안착시킬 수 없었지만 대용량 포방사 시스템을 갖출 경우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기동력도 좋아 울산뿐만 아니라 전국 대응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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