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허용땐 강성노조에 날개 달아주는 셈"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3 17:29

수정 2019.10.03 17:29

'ILO 비준'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재계 "입법 막을 것" 강력 반발
재계가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과 근로시간면제를 완화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입법되면 강성노조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재계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노조법 개정안이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큰데도 기업들의 입장은 철저히 묵살됐다며 국회를 상대로 강력한 입법 저지에 나서겠다는 분위기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을 금지하는 노조법 제24조 제2항과 노조가 금지된 전임자 급여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면 처벌하는 규정(노조법 제24조 5항, 제92조 제1호)을 삭제하는 노조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올 정기국회에서 입법 처리를 놓고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재계는 이번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노조가 위법한 전임자 급여지급을 부당하게 사용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현행법은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거나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해 부여할 경우 사용자는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으나, 노조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며 "지금도 노조가 근로시간면제에 관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사용자는 노사분쟁에 따른 경영부담을 고려해 노조의 요구를 불가피하게 수용하는 게 횡행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명시적인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과 관련 처벌규정이 삭제된다면 노조는 더욱 강하게 위법한 전임자 급여지급이나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면제시간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경제계는 이번 노조법 개정안이 입법되면 강성노조에 악용될 소지가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이 삭제되면 풀타임 근로시간면제자의 편법적 활용을 적법화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근로시간면제제도는 근로제공은 없으나 해당 시간을 유급으로 인정, 노조 활동을 최소한의 한도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부 강성노조의 경우 노조전임자가 아니더라도 풀타임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받는 근로자들이 있어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시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노조전임자 급여는 노조가 부담해야 할 몫"이라며 "이를 법까지 바꿔가며 사측의 부담으로 떠넘기는 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는 "개정안대로라면 실질적으로 노조에 부여된 총 근로면제시간이 노사 간 단체협약이라는 명분 아래 증가할 소지가 크다"며 "노사 간 또 다른 첨예한 갈등과 다툼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총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노조법 개정안을 노조 편향적 '개악'으로 규정하고 국회 입법과정에서 총력 저지에 나설 예정이다.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ILO 협약 비준을 목표로 정부가 노조법 개정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며 "재계가 경영방어권 차원에서 제시한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부동노동행위 사용자 처벌 금지, 전 사업장 점거 금지 등은 하나도 관철된 게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관계자는 "정부 손을 떠난 이상 20대 정기국회 상정 시 여야를 상대로 입법보완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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