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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폐암환자는 억울하다.. 10명 중 8명은 비흡연자 [weekend 헬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0 18:05

수정 2019.10.10 18:05

흡연으로 인한 남성 폐암과 세포형·발생부위도 달라 간접흡연과 관련 높아
흡연환자보다 폐기능 양호해 초기인 1기 진단 가능성 높아
폐암 국가 암검진 비흡연 여성은 제외
50세 전후로 검진 받아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비흡연 여성 폐암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암사망률 1위인 폐암은 흡연이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환자가 오랜 기간 담배를 피운 남자들이었다.

대한폐암학회 김영태 이사장(서울대 흉부외과)은 10일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담배를 전혀 피운 적이 없는 비흡연 여성 폐암환자들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며 "실제 여성 폐암환자 수술 중 30~40%가 비흡연 여성환자"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미국 그리고 유럽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비흡연 여성 폐암, 34.5%로 급속 증가

대한폐암학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자료를 활용해 2004~2015년 폐암으로 진단받은 13만6641명을 분석한 결과 남녀 비흡연 폐암환자는 4만7207명으로 전체 폐암 중 34.5%를 차지했다. 이 중 비흡연 여성은 3만3870명으로 전체 여성 폐암환자 3만8687명 중 87.5%나 됐다. 전체 남성 폐암환자 9만7954명 중 흡연 남성은 8만4617명으로 86.4%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국내 여성 폐암환자는 2013년 7000명을 넘어섰고 2016년 기준으로 7990명에 달한다. 이는 2000년 여성 폐암환자 3592명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특히 폐암으로 진단받은 여성의 약 90%는 한 번도 흡연한 경험이 없었다.

우리나라 19세 이상 여성의 흡연율은 2017년 기준 6.0% 정도로 매우 낮다. 또 만 19세 이상 비흡연 여성의 가정 실내 간접흡연 노출률이 2005년 24.1%, 2017년 6.3%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대한폐암학회 연구위원회 김승준 위원장(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은 "여성 흡연 감소에도 여성 폐암이 증가하는 것은 인구의 고령화도 중요한 인자의 하나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여성 폐암은 흡연으로 생기는 남성 폐암과는 세포형과 발생부위가 다르다. 남성 폐암은 기관지점막을 구성하는 세포의 변형으로 폐 중심부에서 발생하는 편평상피세포암이 많다.

반면 여성 폐암은 폐의 선세포에서 생긴 선암이다. 이는 국내 폐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대개 간접흡연과 관계가 깊다. 다른 폐암 세포보다 크기가 작아 발견이 쉽지 않다. 폐 모서리에서 처음 생겨 림프절, 간, 뇌, 뼈, 부신 등으로 잘 전이된다.

폐암 초기에는 전혀 증상이 없다.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도 감기와 비슷한 기침, 객담(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암 발생위치에 따라 피가 섞인 가래나 흉부통증, 쉰목소리, 호흡곤란, 두통, 오심, 구토, 뼈의 통증과 골절 등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지만 다른 질환과 혼동하기 쉽다.

다만 폐암환자의 75%가 잦은 기침을 호소할 만큼 기침은 폐암의 가장 흔한 증상이다. 기침을 할 때 출혈이나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오는 등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전문의의 진찰이 필요하다.

■여성 폐암도 비흡연이면 예후 좋아

대한폐암학회 연구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여성 폐암환자 중 흡연 여성은 12.5%에 불과했다. 비흡연 여성 폐암환자는 흡연 여성폐암 환자에 비해 진단 당시에 전신건강상태가 좋고 폐기능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며 폐암 초기인 1기로 진단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따라서 완치 목적으로 수술치료를 많이 받았다.

또 진행된 폐암환자도 비흡연 여성 폐암환자가 표적치료제 등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의 비율이 높았다. 전체적으로 생존기간도 길었다. 같은 폐암환자라도 흡연 여부가 치료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비흡연 여성 폐암에 대한 진단과 치료는 흡연에 의해 발생하는 폐암을 기준으로 수립된 이제까지의 방법과는 다르게 새로 정립해야 할 것"이라며 "많은 의학자들이 비흡연 여성 폐암에 다각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과 적절한 치료법이 확립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세계폐암학회에서 발표된 저선량CT를 이용한 NELSON 폐암검진 연구결과, 폐암 조기검진에 따른 10년 폐암 사망률의 감소를 살펴보면 흡연자 남성에서는 26%의 폐암 사망율 감소의 효과를 보인 반면, 여성의 경우는 폐암 사망률을 39%나 감소시키는 결과가 확인됐다.


대한폐암학회 이계영 전 이사장(건국대병원 정밀의학폐암센터 소장)은 "최근 국가 암 검진에 폐암이 포함돼 지난 7월부터 시행됐지만 비흡연 여성은 해당되지 않는다"며 "여성의 경우 생애전환기라 할 수 있는 50세 전후인 갱년기에 첫번째 검진을 받고 5년 또는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3년에 한 번 정도 검진하면 충분한 예방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여성들의 경우 요리할 때 연기로 오염물질 등을 흡입할 수 있으므로 창문을 열거나 환풍기를 작동하는 것이 좋다.
또 가스불에서 조리하는 것보다 전기기구를 이용해 조리하고 구이 등 오염물질이 많이 발생되는 요리를 할 때는 뚜껑을 덮고 요리가 끝난 후에도 창문을 바로 닫지 말고 최소 15분 이상 자연환기를 시켜준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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