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형식…‘낭만 오페라’결정판
작곡가 오펜바흐 탄생 200주년 기념
국립오페라단, 24~27일 예술의전당
테너 국윤종, 주역으로 ‘롤 데뷔’맹연습
소프라노 윤상아는 ‘1인4역’ 역할 맡아
작곡가 오펜바흐 탄생 200주년 기념
국립오페라단, 24~27일 예술의전당
테너 국윤종, 주역으로 ‘롤 데뷔’맹연습
소프라노 윤상아는 ‘1인4역’ 역할 맡아
■19세기 낭만 오페라 결정판
군 제대 후 성악을 전공한 국윤종은 남들보다 늦게 데뷔해 늘 새 작품에 목마르다.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활동하는 그는 "'호프만의 이야기'는 테너가 소화하기 어려운 작품으로 알려져 꼭 해보고 싶었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2018년 '라보엠'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소프라노 윤상아는 주어진 기회가 감사할 따름이다. "아주 좋은 소프라노를 섭외해 기대가 크다"는 파트너 국윤종의 칭찬에 윤상아는 손을 저으며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대선배들과 비교해 신인인 제게 이번 역할은 큰 도전"이라며 "무게감이 엄청나다. 책임감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이 프랑스 작곡가 오펜바흐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그의 대표작 '호프만의 이야기'를 24~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린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삽입된 낭만적 아리아 '뱃노래'와 초절정 기교가 필요한 '인형의 노래'로 유명한 이 작품은 대중음악극을 발전시킨 오펜바흐가 말년에 유일하게 작곡한 오페라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전개되는 전형적인 낭만주의 오페라면서 '그랑 오페라'의 장대함, '서정 오페라'의 낭만적 드라마와 판타지적 요소를 담았다. 거기에 오페레타의 풍자와 위트까지 더했다. 작곡가가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사망해 '확정된 버전'은 없다. 뱅상 부사르 연출은 "극중 호프만의 여인 중 한명인 줄리에타가 죽는 버전도 있고, 세 명의 여인들을 어떤 음역대의 가수에게 맡길지도 선택할 수 있다"며 "이렇게 음악적이고 극적으로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공연도 앞선 공연과 똑같지 않다"고 이 작품의 매력을 짚었다. 이번 무대는 부사르 연출이 지난해 '마농'을 함께한 세바스티안 랑 레싱 지휘가와 다시 뭉쳤다. 역시 '마농'을 함께한 국윤종은 당시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떠올리며 이번 작업에 기대감을 표했다. "두 사람은 원하는 연기·소리가 나올 때까지 연습을 반복해 가수들의 진을 쏙 빼놓습니다. '마농'을 함께하며 이 모든 과정이 좋은 결실로 이어진 것을 알기에 기쁜 마음으로 당하고 있죠." 윤상아도 "연출가가 큰 그림을 잘 그리면서 디테일도 다 챙긴다"고 거들었다. "부사르 연출이 합창단의 소리까지 신경 쓰면서, 빈틈을 채워갑니다. 위트 넘치는 조역들의 활약도 어마어마합니다. 이야기는 아주 개연성 있게 압축됐죠."
■"사랑으로 성장, 시련으로 더 성장"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는 독일 낭만주의의 대문호 호프만의 세 가지 단편 소설 '모래 사나이' '고문관 크레스펠' '잃어버린 거울의 형상'의 스토리를 토대로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한 오페라다. 소프라노 스텔라를 사랑하는 시인 호프만이 자신의 과거 연애담을 들려주는 이야기로 이번 프로덕션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한 5막으로 구성됐다. 2막은 미친 과학자 스팔란차니가 만든 기계인형 올림피아, 3막은 소프라노를 꿈꾸나 폐병에 걸려 죽어가는 순진한 아가씨 안토니아, 4막은 '사랑보다 다이아몬드가 더 좋다'는 고급 매춘부 줄리에타와 호프만의 사랑 이야기다. 현재의 연인 스텔라는 1·5막에 등장한다.
국윤종은 "호프만은 주인공이면서 내레이터"라며 "마치 투명인간처럼 과거를 설명하다가 해당 장면이 펼쳐지면 직접 극 속에 개입한다. 뱅상 부사르 연출의 기발한 연출 기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2-4막이 완전히 달라요. 세 캐릭터가 확연히 대비되죠. 일례로 안토니아는 정말 연약하게, 줄리에타는 마녀처럼 사악하죠." 호프만의 현재와 과거의 여인을 모두 연기해야 하는 윤상아는 부담감이 크다. 다른 음역대의 가수에게 맡길 경우 극 중 올림피아는 절묘한 콜로라투라 기교를 보여주는 레제로 소프라노, 안토니아는 우아한 음성의 리릭 소프라노, 줄리에타는 극적인 음성의 드라마틱 소프라노가 맡는다. 윤상아는 "안토니아 역할이 제 목소리와 가장 잘 맞다"며 "캐릭터별 목소리를 달리 하기보다는 캐릭터로 변화를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사르 연출은 "작곡가 오펜바흐가 보여주는 활기와 경쾌함의 이면에는 일종의 슬픔이 깔려 있다"고 연출 노트에 썼다. "이 슬픔은 달콤하고 무한하면서도 가끔 향수를 자아내고 자주 잔인하죠. 아름답고도 장대한 피날레에서 비로소 이 슬픔이 해소됩니다. "
극중 호프만은 예술적 재능을 빼면 모든 게 서툰 인물로 그려진다. 국윤종은 애주가인 호프만을 "편집증과 메시아증후군이 있는 천재 시인"으로 봤다. 그는 "이번 프로덕션은 열린 결말 대신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낸다"며 "마지막 찬송가와 같은 합창곡이 나오는데, 내 안의 예술적 감각을 깨워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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