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말미에는 특별한 장면이 연출된다. 영상은 7분36초부터 흑백으로 전환된다.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오고 조 전 장관의 사퇴문 일부가 자막 처리된다. 자못 '낭만적'으로 보이는 퇴임 장면이다.
야권에서는 즉각 반발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1분가량 영상을 상영한 뒤 "참 창피하고 낯뜨겁고 부끄러워서 두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다"며 "정치선거 CF인 줄 알았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법조계 관계자도 "법무부 장관 퇴임 이후 이런 영상이 제작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심지어 불명예 퇴진 아니던가"라고 반문했다.
조 전 장관의 논란을 되짚어보자. 조 전 장관은 지명과 함께 가족 사모펀드 투자, 딸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웅동학원 재단 사금고화 의혹 등이 제기됐다. 논문은 취소됐고 부인은 기소됐다. 관계자 일부는 구속됐다. 조 전 장관의 자택은 현직 법무부 장관 역사상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국론은 분열됐다. 찬반으로 나뉜 시민들은 서초, 광화문 등지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조 전 장관이 떠난 지금도 논란은 진행 중이다.
이 상황에서 조 장관의 퇴임은 낭만적이었을까. 모두에게 '불명예 퇴진'으로 보인다. 지지자에게는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해서, 반대자에게는 '정의의 심판'을 받았기에 명예롭지 못했다.
정부는 조 전 장관이 남겨둔 검찰개혁안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의 검찰개혁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오랜 세월 요구되어 왔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개혁의 큰 발걸음을 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검찰개혁의 정당성 때문이었을까. 법무부 영상에서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 '숙제'까지 부여하는 장관으로 묘사된다. 심지어 낭만적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는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부여해야 할 개념이지, 정부기관이 앞서서 비화할 문제는 아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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