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불륜관계를 그만두라고 말하기 위해 아내의 내연남이 사는 집 공용복도에서 서성거리고, 초인종을 누른 60대에게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됐다. 만나자는 요구를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찾아간 것은 주거의 평온을 깨뜨렸다는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김용찬 판사는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육모씨(60)에게 벌금70만원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육씨는 자신의 아내가 고등학교 동창인 A씨와 불륜관계에 있다고 의심했다. 아내와 만나지 말라고 경고하기 위해 지난해 12월12일 낮 1시께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 하지만 A씨는 육씨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화가 난 육씨는 같은 날 오후 4시께 A씨의 주거지인 서울 종로구 모 빌라를 찾아갔다. 택배기사가 공용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통과하는 것을 보고 뒤따라간 육씨는 A씨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계속 복도에서 서성거린 혐의를 받는다.
육씨는 "A씨가 연락을 받지 않아, 불륜관계를 그만두라고 직접 말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A씨의 집을 찾아갔다"며 "A씨를 만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빌라의 복도에서 우연히 만난 A씨의 아내가 돌아가라고 해서 바로 돌아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동기, 목적을 살펴봤을 때 긴급하고 불가피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피해자가 만나기를 거부했음에도 집에 찾아간 것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주거침입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여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피고인에게는 범죄전력이 없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형법 제319조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주거 등에 침입한 자는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 이를 위반할 시 3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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