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집 방문 안돼" vs "죄인 취급 마녀사냥".. 성범죄 전과자 배달대행업 논란
[파이낸셜뉴스] ※ 편집자주= “다들 하는 일이잖아요” “법이 현실과 맞지 않아요”…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살아가며 불법을 마주합니다. 악법도 법일까요? ‘무법자들’은 우리 사회의 공공연한 불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용인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정희진(가명)씨는 며칠 전 거리에서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얼마 전 성범죄자 알림 우편물에서 봤던 남성이 배달 대행업체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범죄자가 타인의 집 앞까지 찾아가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정씨는 지역 맘카페 등에 글을 올렸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업무 방해죄로 고소하겠다”라는 배달 대행업체 사장의 전화였다.
통화를 마친 정씨는 지난 7일 성범죄자의 배달대행 취업 제한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게시했다. 해당 청원은 2만5000여명의 동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고객의 집에 직접 찾아가는 직업을 성범죄자가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관련 법이 없다고 하는데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 배달대행업체 측 "과거 잘못 있어도 열심히 살아가는 직원, 죄인 취급 마녀사냥 억울하다"
해당 성범죄 전과자를 고용한 배달대행업체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배달대행업체 A사장은 "다짜고짜 죄인 취급을 하는데 현재 법을 어긴 것은 없지 않느냐. 법안이 통과되면 그 친구들(성범죄 전과자)과 좋게 헤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과거 잘못이 있다고 지금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내칠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된 기사는 현재 일을 그만두고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라며 "아이를 가진 부모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왜 그렇게 공론화했는지 모르겠다. 그 친구가 어떻게 되면 책임질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아울러 A사장은 정씨가 게시한 글로 인해 피해가 막심해 사업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손님들이 'OO업체'에서 배달이 오면 음식을 안 시키겠다'라며 음식을 주문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겠느냐"라며 "좁은 동네여서 소문도 빨리 돈다. 창업 3개월만에 상호를 내리게 됐다"라고 한탄했다.
끝으로 그는 "현재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할 예정이다"라며 "저는 사업에서 이미 손을 뗐다. 하지만 해당 기사가 받은 피해는 보상받고 싶다"라며 법적조치 의사를 밝혔다.
■ 성범죄자 취업, 택배는 'NO' 배달대행업은 'OK'.. 송옥주 의원실 "소관부처 없어 관련 규정 산재"
현행법에 따르면 A사장이 과거 성범죄 전과가 있는 직원을 해고해야 할 이유는 없다. 성범죄 전과자의 배달대행업종 취업을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 전과자는 아파트 경비원, 영화관, 수목원 등 37개 기관에 취업이 제한된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직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의 집을 직접 찾아가거나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업종임에도 배달대행업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배달대행업과 근무 내용이 유사한 택배업의 경우에는 강력범죄 전과자들의 취업이 제한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7월 1일부터 마약, 성폭행, 살인 등 강력범죄 전과자들이 택배와 같은 사업에 최대 20년까지 종사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9조의2)이 시행됐다.
택배업과 배달대행업의 취업 제한 근거가 다른 이유는 소관 부처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송 의원실은 “배달대행업의 경우 소관부처가 없다. 택배업의 경우에도 소관부처가 존재하지 않아 국토부에서 따로 법안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플랫폼 시장 성장과 함께 그간 법·제도 구축 논의가 활발했으나 종사자 중심으로만 이뤄진 측면이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재 개별법에 따라 산재돼 있는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를 통합·관리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지금이라도 플랫폼 앱이 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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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xin@fnnews.com 정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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