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1) 김종윤 기자 = # 갤러리아 타임월드 VIP 고객 A씨는 백화점 대신 '메종 갤러리아'를 찾는다. 예약 당시 주문한 명품 옷을 별도 공간(private room)에서 입어 본다. 물론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다시 카페를 찾을 필요도 없다. 해외 유명 도자기 브랜드 '로열 코펜하겐'에 차를 따라 마시며 지인과 담소를 나눈다. 그가 앉은 의자는 비아인키노(WIE EIN KINO)가 제작했다.
대전 유성구 도룡동에 위치한 메종 갤러리아는 1000명만을 위한 백화점이다. 갤러리아는 VIP를 6개 등급으로 나눈다. 최상위(PSR BLACK)는 갤러리아가 자체 기준으로 선정한 0.1%다. 메종 갤러리아는 4번째 등급인 연간 4000만원 이상 구매자(Park Jade WHITE)까지 입장할 수 있다. 회원수로 따지면 약 1000명에 불과하다.
지난 18일 찾은 '메종 갤러리아'는 회색빛 외관으로 눈길을 사로 잡았다. 그냥 봐서는 백화점이라는 생각을 하기 어렵다. 다만 주변 상가와 대비돼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주기엔 충분했다.
◇ 갤러리아의 파격… 백화점 밖으로 간 VIP 전용 공간
갤러리아는 지난 10일 대전에서 VIP 신규 오프라인 플랫폼인 '메종 갤러리아' 문을 열었다. 연면적 1024㎡에 총 5개층 규모다.
업계에선 갤러리아의 파격에 주목한다. 백화점 최초로 VIP 공간을 별도 빌딩으로 마련했기 때문이다. VIP 라운지는 백화점 건물 내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시도인 셈이다. 그만큼 VIP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도룡동은 단독·고급주택과 연구단지가 몰려 있어 대전에서도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이다. 갤러리아 타임월드와 직선거리로 3.5㎞ 떨어져 있어 중심 상권과도 거리가 있다. 실제 주변은 전반적으로 조용한 인상을 줬다. 갤러리아는 VIP의 접근성과 사생활을 중시하는 특성을 반영해 도룡동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 1%을 위한 서비스…찻잔 하나에도 VIP를 위한 배려
매종 갤러리아는 1층부터 1%를 위한 맞춤형 전시관으로 꾸며졌다. 먼저 방문한 곳은 전 세계에 단 9개 점포만 있는 프랑스 가방 브랜드 '포레르빠쥬'였다. 국내에선 압구정 갤러리아가 단독으로 운영 중이다. 무리한 확장보다 희소가치를 중시하고 있어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운 브랜드로 꼽힌다.
VIP만을 위한 전용 공간은 사실상 2층부터다. 데스크에서 예약 여부를 확인하면 직원은 고객에게 자리를 안내한다. 실내에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깔끔한 가구의 디자인으로 일반적인 카페와는 사뭇 달랐다. 넓은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사방이 막혀 있는 백화점과는 결이 달랐다. 다소 어두운 조명으로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백화점 VIP 라운지와도 비교됐다.
실내는 1% 고객을 위한 공간인 만큼 명품으로 채워졌다. 방문객이 앉는 의자는 비아인키노가 매종 갤러리아만을 위해 디자인한 작품이다. 감프라테시(GamFratesi) 시리즈의 조명도 분위기를 한층 고급스럽게 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고객들은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며 "다양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층으로 이동하자 개인룸 2개가 나타났다. 첫 번째 룸에선 고객이 주문한 옷을 직접 입어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피팅룸이다. 갤러리아는 3개 브랜드의 옷 5벌까지 준비해 놓는다. 서로 다른 브랜드를 동시에 입어볼 수 없는 기존 백화점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서비스다. 두 번째 룸은 서재 공간으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장소다.
현장 직원은 직접 룸으로 찾아와 주문을 받았다. 메뉴는 커피뿐 아니라 스웨덴 유기농 티와 곁들임 과자다. 무료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찻잔은 덴마크 왕실 도자기 '로열 코펜하겐' 브랜드 제품이다. 차 한잔에도 VIP를 향한 배려가 느껴졌다.
이날 처음 찾은 것으로 보이는 한 40대 여성은 메종 갤러리아 곳곳을 둘러봤다. "괜찮다. 깔끔하다"라는 감탄사를 조용히 내뱉었다. 방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다른 여성은 조용히 지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체험'으로 차별화 "장기적 고객 확보"
메종 갤러리아가 기존 VIP 라운지와 다른 점은 '체험'으로 차별화한 것에 있다. 고가 브랜드인 '하먼 밀러'의 가구와 '플로스'의 조명뿐 아니라 나비 의자로 불리는 '팜파 마리포사 체어' 등 TV와 잡지에서만 봤던 제품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격 표시는 없었다. 얼마인지 묻지 않는 이상 고객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러한 체험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값비싼 제품은 일반 백화점에서 만지기조차 어렵다는 사실에 착안됐다. 집에서 사용하는 듯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고객들은 직접 체험해 보고 마음에 들면 직원을 불러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전시된 제품을 단순히 보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 후에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셈이다. 메종 갤러리아의 가장 특별한 마케팅 방법 가운데 하나다. '은은한 제안'이라는 현장 직원의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메종 갤러리아는 고객 참여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했다. 단순히 물건을 팔겠다는 의도에서 벗어나 VIP만을 위한 서비스다. 4층에선 오는 25일 와인을 시작으로 다음 달 1일 티 클래스가 열린다. 추후 쥬얼리 수업도 예정됐다.
최근 백화점 업계는 다양한 방식으로 VIP 고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은 백화점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어서다. 갤러리아 타임월드 역시 대전에서 유일하게 루이비통·구찌를 팔고 있어 구매력이 높은 VIP 고객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선제적으로 VIP 서비스 강화에 나선 배경이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지역 내 독보적인 VIP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업계에서 선도적인 VIP 마케팅을 확대 실현하겠다"고 설명했다.
메종 갤러리아를 나오면서 의문이 하나 들었다. 'VIP 고객은 당연히 서울과 수도권에 더 많을텐데 왜 대전에 지었을까'
갤러리아의 설명은 이렇다. 서울의 경우 메종 갤러리아 정도의 건물을 지으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그만큼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인 셈이다. 특히 오는 2021년 경쟁자인 신세계가 대전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대비 성격도 강하다. 대전의 경우 연간 매출이 4000억~5000억원에 이르고 있어 반드시 지켜야할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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