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종목▶
[파이낸셜뉴스] 【 울주(울산)=김은진기자 】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와 관련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분석해서 아무리 인위적인 충격이 와도 안전할 수 있게 하겠다. ESS 안전문제를 해결해 국내 ESS산업의 생태계를 복원하고 전 세계시장을 리드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다."
지난 23일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위치한 삼성SDI 울산사업장에서 만난 전영현 사장은 "현재 ESS 화재에 대해 자체 조사중으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ESS 모듈 화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삼성SDI 울산사업장은 최근 연이은 화재로 논란을 일으켰던 ESS의 화재 테스트로 한창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약 열흘 전 삼성SDI는 신뢰가 무너진 ESS의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며 1500억~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화재에 대비한 특수 소화 시스템을 설치할 방침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울산사업장의 안전성 평가동에서 삼성SDI 직원들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ESS 모듈 화재 테스트를 직접 시연했다. 진행된 특수 소화시스템 시연은 △소화용 첨단 약품 작동 여부 △배터리 모듈의 소화시스템 효과 테스트 두 가지였다.
특수 소화시스템은 회사 핵심 기술을 적용한 첨단 특수 약품과 신개념 열확산 차단재로 구성됐다. 특정 셀에서 발화해도 바로 소화해서 인근 셀로 확산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기술이다. ESS 배터리 모듈에는 여러 배터리 셀이 병렬로 연결돼 있다. 삼성SDI는 소화용 특수 약품 처리를 한 주황색 벨트를 모듈 상부에 부착했다. 소화용 첨단 약품이 배터리 셀들을 위에서 감싸고 있는 모양이다. 배터리 셀들 사이 사이에는 열확산 차단재를 삽입했다. 섭씨 800도의 단열 성능을 가진 운모(MICA)를 포함한 복합 재질로 만든 이 차단재는 한 셀에서 발화해도 다른 셀로 번지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다. 특정한 셀에서 초기 발화시 상단 소화용 첨단 약품은 화염으로 커지는 것을 막고, 열확산 차단재는 발화로 인한 고열이 인접 다른 셀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다.
소화용 첨단약품의 효과를 입증하는 시연이 먼저 이뤄졌다. 약품이 들어있는 소화 부품을 불위에 올리자 수십 초내 불이 꺼졌다. ESS에 부착된 모듈 커버는 어떠한 화재 흔적도 없었다. 다음으로 특수 소화시스템이 적용된 배터리 모듈의 강제 발화 테스트가 이어졌다. 이 테스트는 예기치 않은 요인으로 셀이 발화되었을 때, 특수 소화시스템이 작동해 셀의 발화와 인근 셀로의 화재 확산 방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특수 소화시스템이 적용된 모듈의 셀을 강철 못으로 찔러 강제 발화를 시켰다. 시간이 지나 한 개의 셀에서 연기와 함께 불꽃이 일었다. 이때 소화시스템이 바로 작동해 불꽃을 소화시키며 화재 확산을 막았다. 이어 소화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은 모듈에도 동일한 테스트를 했다. 이 모듈에서는 곧 바로 불꽃과 연기가 발생하더니 얼마 후 인접한 셀로 화재가 확산됐다.
삼성SDI는 ESS 화재의 원인은 자사 배터리 결함이 아니라 천재지변, PCS(전력변환장치) 고장 등으로 인한 고전압, 설치·운영·관리 부주의 등 외부 요인 인한 발화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전 사장은 "화재 원인이 배터리 문제는 아니지만, 외부 요인으로 불이 날 경우에 대비해 특수 소화시스템을 적용했다"며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서 국내 ESS 생태계를 복원하고 ESS 화재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선제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수 소화시스템을 삼성SDI의 배터리가 채용된 국내 전 사이트에 적용한다"며 "배터리가 시장에 출하되기 전에 품질과 안전을 선제적으로 컨트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SDI는 이달 초부터 신규 ESS 배터리에는 특수 소화시스템을 적용해서 출시하고 있다. 이미 설치·운영 중인 국내 1000여개 ESS 배터리는 회사가 비용을 부담해 적용하고 있다. 기존 제품 적용 작업은 6~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기존 제품에 대해 삼성SDI가 부담하는 금액은 1500억∼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특수 시스템을 적용한 신규 ESS의 단가는 기존보다 3∼4% 인상된다.
happyny777@fnnews.com 김은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