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정치 편향 교육을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정치사상을 주입했다"고 주장한 반면, 학교 측은 이에 대해 부인했다.
인헌고 학생들로 구성된 인헌고등학교학생수호연합(학생수호연합)은 23일 오후 4시30분쯤 관악구 인헌고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교사들이 정치적 편향을 강요하고 이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들을 '일베', '개돼지'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학수연 대표 김화랑(18)군은 "그동안 학생들은 마루타나 다름 없었다"며 "적어도 의무교육 기간 동안 학생들은 교사들의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는 정치적 기계로 개조돼 자라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따.
이어 "인헌고에는 정신적, 의식적, 사상적, 정치적 독재가 만연하고 있다"며 "오늘의 결의는 학생의 정치·의식·사상·이념 영역이 온전히 학생의 것임을 선포하고 모든 학생들이 정치 교사의 종속에서 스스로 벗어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학수연 대변인인 최모군은 "현 정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학생을 혼내 다음 수업 시간에는 현 정부가 좋다는 발언을 하게 하기도 하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언론 보도를 믿는 사람들은 다 개·돼지라고 일축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책을 읽고 경제 하나는 잘 한 것 같다고 평가한 학생에게 수많은 다른 학생 앞에서 '일베'냐고 모욕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에 따르면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선언문을 몸에 붙이고 마라톤을 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달리기 싫다는 학생에게 '선언문을 몸에 붙이고 달리지 않으면 결승선을 통과해도 인정해주지 않겠다'고 시켰다는 것.
학수연은 앞서 이같은 주장과 함께 감사에 착수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청원을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나승표 인헌교 교장은 "특정 견해를 주입하는 교육을 한 적 없다"며 "마라톤 행사 관련 논란은 교육청의 지침을 중심으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전 장관에 대한 내용도 학생이 '조국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발표하니 교사가 '아닐 수도 있지 않느냐'고 얘기한 것"이라며 "일베냐고 물었던 것 역시 일베의 입장에 동조하냐고 물어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문제의 발언을 한 교사가 8명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수조사를 통해 (실제 수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인헌고를 방문해 특별장학을 실시했다. 특별장학은 초·중·고교 현장에서 일어난 각종 사건에 대해 시교육청이 진상을 파악하고 관련 조처를 하기 위해 진행하는 현장조사를 말한다.
#인헌고등학교 #정치사상 #주입교육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