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한국 독자들에게 더욱 재미있게 읽히는 이유는 소설 속에 북한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스탈린의 심기를 건드려 블라디보스토크로 강제노역을 가게 된 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그곳을 탈출해 한국전쟁 중인 북한으로 숨어든다. 거기서 열한살짜리 어린 소년을 만나 목숨을 건지게 되는데, 그가 바로 김정일이다. 천방지축인 어린 김정일은 나중에 알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총살시키라고 떼를 쓰다가 김일성에게 따귀를 철썩 맞기도 한다.
이 소설의 속편 격인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2018년)은 아예 이야기를 북한에서 시작한다. 101세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열기구를 타던 알란이 기계 고장으로 망망대해에 불시착하게 되는데, 그를 구해준 배가 하필이면 북한 화물선이다. 한데 배 안에 핵무기 제조용 농축우라늄이 잔뜩 실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핵가방을 들고 튄 그는 이번에도 현실 속 정치 지도자들을 줄줄이 만나면서 독자의 배꼽을 빼놓는다. 작가가 이번에 주목한 인물은 김정은과 트럼프다. 책 속에서 작가는 "태평양 양편에 하나씩 서 있는, 아무 쓸데없는 두 개의 혹덩이"라며 두 지도자를 거침없이 비판한다.
작가 요나스 요나손이 처음 한국을 찾는다.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내한하는 그는 25일 오후 서울 코엑스몰 별마당도서관에서 국내 독자들과 만나 101세 노인을 북한에 보내게 된 진짜 이유를 들려준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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