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 팔며 사용자 데이터 수집
부천 만화축제서 코스프레하기도
스타트업 행사 참여해 자금 형성
투자자 늘면서 콘텐츠 수도 증가
부천 만화축제서 코스프레하기도
스타트업 행사 참여해 자금 형성
투자자 늘면서 콘텐츠 수도 증가
"사용자 데이터가 없으면 콘텐츠를 추천하는 검색엔진은 작동할 수 없어요. 처음엔 팥빙수를 팔아 1만6000여개의 데이터를 모았죠."
라프텔 김범준 대표(사진) 이야기다. 라프텔은 애니메이션을 스트리밍하는 업체다.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업체가 만화만 서비스한다고 보면 된다. 애플리케이션이나 사이트에서 애니메이션을 골라 보면 취향에 따라 다른 애니메이션을 추천해준다. 애니메이션도 '미드(미국 드라마)'나 '영드(영국 드라마)'처럼 시리즈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취향 추천을 받으면 더 효과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용자가 없으면 추천 기반이 되는 데이터도 쌓을 수 없다. 고객층을 미리 확보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를 스타트업 업계에선 '콜드 스타트 문제(cold start problem)'라고 한다. 라프텔 역시 초기에 같은 문제를 극복해야 했다. 콘텐츠 서비스를 하려니 사용자 데이터가 없어 콘텐츠를 긁어모으기도 어렵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콘텐츠가 거의 없는 초기 업체에 가입할 이유가 없었다.
김 대표는 "사용자 데이터를 쌓기 위해 매년 8월 열리는 부천 만화축제에 가서 코스프레를 했다"면서 "팥빙수와 레모네이드를 팔면서 사이트에 가입하고,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평가하는 사람에게 1000원씩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모았다"고 말했다.
라프텔은 부천 만화축제에서 최초가입자 400명, 평가데이터 1만6000개를 모아 추천엔진이 돌아가게 했다. 2014년에 라프텔을 창업한 후 2015년 정식 베타버전을 출시했다.
라프텔의 강점은 태그를 기반으로 한 추천시스템이다. 애니메이션을 총 27개의 장르로 구분하고 1700개 이상의 태그로 작품을 세부 분류했다. 초반 태그작업에는 손이 많이 가지만 한번 완성하면 새 콘텐츠가 들어올 때만 추가하면 된다.
문제는 버틸 만한 자금이었다. 부족한 자본은 정부나 지자체, 민간기업이 하는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겨우겨우 해결했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스타트업 행사에 참여해 수천만원씩 지원금을 꾸준히 따냈다.
제대로 된 투자를 받은 건 2016년 하반기였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로부터 1억원을 투자받아 이와 연계한 정부 투자를 5억원까지 받았다. 그 뒤에 에버그린투자파트너스,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추가 투자받고 가입자와 콘텐츠 수를 꾸준히 늘려나갔다. 현재는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원펀맨', 극장판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 '피아노의 숲' 등도 볼 수 있다.
그는 "지난 2012년부터 일관성 있게 창업에 도전해 서너번 실패 끝에 투자를 받아낼 수 있었다"면서 "창업에 성공하려면 좋아하는 분야를 내가 잘하는 것과 연결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인내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프텔은 지난 5월에는 리디주식회사에 인수되며 사업을 안정적으로 벌일 수 있게 됐다.
그는 "여러 곳에서 인수 제안을 받았지만 사업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하는 데 최적인 곳과 마음이 맞았다"면서 "올해 전체 매출은 지난해 대비 약 6배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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