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가인권위원회는 불심검문을 실시하는 경찰관이 근무복을 착용했다면 신분증을 제시할 의무가 없다는 해석은 잘못됐다고 29일 밝혔다.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해당 업무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거리에서 색소폰 연주를 하던 진정인 A씨는 인근소란 행위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불심검문을 하면서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인권침해라고 진정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진정인을 불심검문한 경찰관들이 근무복을 착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신분증을 별도로 제시하지 않은 다수의 사례가 확인됐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는 경찰관이 불심검문할 경우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질문의 목적과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같은 법의 시행령 제5조는 이 증표를 국가경찰공무원의 공무원증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대법원은 2004년 경찰의 신분증 제시 의무에 대해 "정복을 입은 경찰관의 경우에는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검문의 목적과 이유를 설명했다면 그 검문은 정당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지난 2014년에도 "불심검문 당시 현장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문하는 사람이 경찰관이고 이유가 범죄행위에 관한 것임을 피고인이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불심검문이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다"는 판단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해당 대법원 판결이 근무복을 입은 경찰관의 불심검문 시 신분증 제시의무가 해제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기존 판단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경찰관직무직행법 상 입법 취지는 불법적인 경찰활동일 경우 책임을 물을 대상을 명확히 밝힘과 동시에 상대방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질문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결을 따르더라도 불심검문의 경위, 현장상황, 피검문자의 공무원증 제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점 등을 살펴볼 때, 단순히 신분증 제시의무가 근무복 착용만을 이유로 해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관들이 불심검문 시 근무복을 착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신분증 제시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입법취지를 반영하지 못한 해석"이라고 지적하고 "이같이 잘못된 해석이 다수 경찰관들에게 전파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업무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인권위는 "이번 사건의 경우 A씨가 정당한 경찰활동임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보여, 경찰관의 행위가 인권침해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해당 진정부분은 기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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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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