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한양도성 품은 산마루… 달동네가 역사·문화 공간으로 부활 [현장르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30 17:50

수정 2019.10.30 17:50

철거 대신 재생… 도시개발 모범
주민 협동조합 통해 사업 주도
봉제산업 살아나며 창업도 활기
일제강점기 채석장은 전망대로
공작소·놀이터 등 지역명소로
경사지 공간을 활용한 산마루 놀이터 내부
경사지 공간을 활용한 산마루 놀이터 내부
이음피음 봉제역사관 내부
이음피음 봉제역사관 내부
창신 숭인 일대는 조선 수도 한성의 내사산(도성안의 4개 산) 중 하나인 낙산 자락에 있는 성 밖 마을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는 채석장이 자리 잡아 자연경관이 훼손됐고, 전쟁 이후에는 봉제공장들이 들어서면서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이 됐다. 한때 국내 봉제산업의 1번지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소위 '달동네'라 불리는 낙후된 지역이 됐다.

이 지역은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돼 아파트로 뒤덮일 뻔했지만, 주민들의 요구로 지정이 해제됐다. 그 후 지난 2014년 전국 1호 도시재생지역으로 지정됐다.
서울시는 지난 5년간 창신·숭인일대에 역사, 문화자산을 보존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삶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변화를 주도해 왔다. 올 연말이면 마중물 사업이 마무리된다.

■뉴타운 해제 후, 도시재생으로 부활

30일 오전 서울시가 창신숭인 일대에 조성한 8개의 지역거점을 둘러보기 위해 창신동을 찾았다. 일제강점기 시절 채석장으로 쓰이던 곳의 상부에는 오는 11월 문을 열 예정인 '채석장전망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국비와 시비를 매칭해 200억원의 자금을 창신숭인 일대에 투입했다. 이중 상당수는 지역재생을 위한 마을 거점시설 건립에 쓰였다. 전망대도 그중 하나다. 직사각형 두개층으로 만들어진 전망대의 최상층에서는 어디를 둘러봐도 서울 도심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정면으로는 동대문 DDP 비롯한 도심의 스카이라인, 오른쪽으로는 한양성곽과 남산이 자리 잡고 있다.

손경주 창신숭인도시재생 협동조합 이사는 "전망대에서는 직접 지역주민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문을 열게 된다"며 "카페운영 등을 통해 얻은 이익들은 지역 재생을 위해 만들어진 시설의 운영비 등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망대를 시작으로 오랜 정취가 가득한 야트막한 집들을 따라 굽이굽이 길을 내려가면 창신소통공작소, 산마루놀이터, 회오리마당, 봉제역사관, 백남준 기념관 등이 동네 곳곳에 자리해 있다.

창신공작소에서는 주민들이 각종 공예 기술을 배우고 버려진 경사지를 이용해 만든 산마루 놀이터는 내부에 거대한 정글짐을 설치해 마을 주민들의 명소로 황용되면서 도시재생의 가치를 입중했다.

창신숭인 도시재생에 총괄 자문 역을 맡은 신중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은 회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이 지역은 뉴타운 재개발이 해제된 곳인데, 그 뒤에도 3만명 이상이 지속해서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자는데 중점을 뒀다"고 개발 방향을 설명했다.

인터넷 라디오방송국 회오리마당
인터넷 라디오방송국 회오리마당
11월 정식개장을 앞둔 채석장전망대
11월 정식개장을 앞둔 채석장전망대
■주민주도 도시재생, 봉제산업도 부활

창신숭인 도시재생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지역주민들의 주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창신숭인 재생사업이 시작되면서 이곳에서는 전국 1호 지역재생기업(CRC)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조합의 운영을 맡은 신현길 이사장과 손경주 이사는 모두 창신동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터줏대감들이다 이 조합은 현재 지역내 일자리·수익창출의 주역을 맡고 있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CRC는 일종의 도시재생 마을기업으로 주민 스스로 지역자산을 발굴, 운영·관리하는 지역자생의 필수요소"라고 설명하고 "공공이 마중물사업 등을 통한 지원이 끝나면 주민 스스로가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지역사회에 재투자해 도시재생을 진화,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창신숭인에서는 전통적인 봉제산업이 부활하기 위한 움직임도 한창이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을 중심으로 봉제장인과 젊은 봉제인이 함께 하는 교육프로그램등이 마련되면서 젊은 디자이너들이 패션 스타트업 창업을 위해 창신동을 찾고 있다.


차경남 서울봉제산업협회 회장은 "현장에서 배우고 싶어 하는 디자이너들이 찾아와 협업으로 청바지 브랜드 등을 만들고 있다"며 "창신동 골목을 런어웨이로 꾸며 패션쇼를 여는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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