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김경율 회계사(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던 참여연대가 이른바 '조국 사태'와 관련해 여러 가지 문제제기가 이뤄진 데 대해 회원들에 사과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올리고 김 회계사를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 김 회계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 지지자를 향해 '입으로만 개혁을 외치는 위선자들'이라고 비판했다가 참여연대 징계위에 넘겨진 바 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4일 '조국 전 장관 관련 논란에 대해 회원님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글을 참여연대 회원게시판에 게재했다.
박 사무처장은 이른바 '조국 사태'와 관련해 "참여연대 안에서도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수행하는 데 조 전 장관이 적임자인지, 그의 가족에 관한 의혹과 검찰의 전례 없이 광범위한 수사를 어떻게 볼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고 적었다.
참여연의 대응이 미진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 사안의 대응은 상임집행위원회에서 검토·결정하기로 했었다"며 "상임집행위원회 논의 결과에 따라 의혹 해명 촉구를 시작으로 국회 청문회 개최 요구, 검찰 수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주요 내용으로 몇 차례 입장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사무처장은 김 회계사 일을 언급하면서 "어떤 사안이든 입장 차이는 존재하기 마련이고 참여연대 내부에서 다양한 견해가 표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이견을 조정하고 조율해야 할 공동집행위원장이 이견을 제기하는 이들을 오로지 권력을 좇는 자들로 폄하한 것은 부적절한 행위였다"고 김 회계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김 회계사를 징계위에 회부하기로 결정한 이후 이어진 비판과 관련해 박 처장은 "(조 전 장관 일가) 사모펀드 의혹에 관해서는 상임집행위원회에서 의혹을 제기해야 한다는 제안도 논의도 없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연대는 '조국 비판'을 이유로 김 회계사를 징계했다거나, 조 전 장관에 관한 의혹 제기를 묵살하고 관련 증거를 은폐했다는 식으로 매도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참여연대가 비판받는 지점을 인정한다고 글을 이었다. 박 사무처장은 "해당 사안에 대한 이견 속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스스로는 그런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참여연대가 행여 이중잣대를 대는 것은 아닌지 많은 분이 의구심을 갖고 계시다는 엄연한 사실을 직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사무처장은 "이런 논의 끝에 지난 10월21일 상임집행위원회는 김 회계사가 밝힌 대로 (그를) 참여연대의 모든 직책에서 사임 처리하고,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논란이 남긴 교훈과 과제를 살펴보고, 참여연대가 점검할 부분을 찾아 정비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상황을 우려하고 궁금해할 회원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많은 실망과 상처를 안겨드렸다"며 "다시금 '권력 감시'라는 참여연대의 사명을 새기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계사는 지난 9월29일 자신의 SNS에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을 겨냥하면서 현 정부의 권력 주변부만 맴돌 뿐 입으로만 개혁을 외치는 위선자라고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을 향해서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적폐청산 컨트롤타워인 민정수석의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드셨다"고 적었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다음날 "해당 사안(조 장관 관련)을 놓고 참여연대 내에서 많은 토론이 진행되고 있고, 개인적인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내용과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사안을 엄중하게 처리하기로 했다"며 김 회계사를 징계위에 회부하겠다고 공지한 바 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진 이후 참여연대 회원게시판에는 '참여연대가 권력감시라는 본령을 잊었다'는 취지로 탈퇴 의사를 밝히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지난달 30일에는 조혜경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이 사의를 밝히는 글을 올리고 "뭐가 됐든 '조국 사퇴'를 통해 참여연대는 25년 역사에 씻기 어려운 오점을 남겼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중심을 잡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고, 아마도 참여연대 출신 인사가 권력의 중심부와 정권의 요직에 들어가는 사례가 이 정부 들어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참여연대가 관변 시민단체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자초한 것에 대해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침묵하는 지도부의 무책임함을 인정할 수 없다"고 참여연대를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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