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지 하루 만에 멕시코행 망명길에 올랐다. 그는 "더욱 강해져서 돌아오겠다"고 밝혔으며 볼리비아에서는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시위대와 반대파가 충돌해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모랄레스는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멕시코를 향해 떠나고 있고 우리의 삶을 보호하기 위한 망명지를 제공해준 (멕시코) 형제들의 개방성에 감사하다"고 적었다. 그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이 나라를 떠난다는 점이 나를 괴롭히지만 나는 항상 조국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나는 곧 더 강해져서,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돌아올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도 트위터로 모랄레스의 비행기가 이륙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앞서 같은날 발표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이 정치적 망명을 공식 요청했으며 "인도주의적인 이유와 볼리비아의 현 상황을 고려해 정치적 망명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에 취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중남미에 얼마 남지 않은 좌파정권을 이끌고 있으며 모랄레스의 좌파정권에도 우호적이었다.
이날 모랄레스가 떠난 볼리비아에는 혼란이 이어졌다. 대통령 자리를 승계해야할 부통령, 상원의장, 하원의장은 10일 모랄레스가 사임하자 줄이어 사표를 던졌다. 제닌 아녜스 상원 부의장은 11일 연설에서 임시 대통령 자리를 맡겠다며 12일 총회를 열어 모랄레스의 사직서를 공식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AP는 그러나 수도 라 파즈 일대가 모랄레스 지지자와 야당 지지자의 충돌로 혼란에 빠졌다며 총회가 열리지 못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모랄레스 지지자들은 공항으로 가는 길을 봉쇄하고 바리케이드에 불을 붙였으며 야당 지지자들은 라 파즈 시내에서 중앙 광장으로 가는 길을 막았다. 같은날 모랄레스 지지자들은 광장까지 길을 뚫으면서 야당 측과 충돌했고 경찰은 군과 협력해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최소 20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에 볼리비아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3번이나 대통령을 역임했으며 올해 초 4선 개헌을 시도했으나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그는 헌법소원으로 연임제한 규정을 무력화시키며 기어이 4선에 도전했고 지난달 20일 대선에서 승리를 선언했으나 부정선거 의혹에 휘말렸다. 볼리비아는 야당 지지자들의 선거 불복 시위로 혼란에 빠졌고 모랄레스는 미주기구(OAS)의 조사 결과 대선 조작 사실이 확인되고 군에서도 사임을 종용하자 결국 항복했다.
AP는 현재 볼리비아의 권력이 공백에 빠졌다며 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아녜스 부의장은 승계 순서로 보면 임시 대통령이 되어야겠지만 그가 야당 소속임을 감안하면 여당이 지배하고 있는 의회에서 인준 절차를 통과하기 어렵다. 미 애리조나 대학의 제니퍼 시어 남미정치학 교수는 "우리는 군이 어떻게 할 지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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