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학가에서 홍콩 시위 찬반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양대, 연세대, 고려대에 이어 서울대에서도 레넌벽이 훼손되자 학생들은 경찰에 훼손한 사람들을 고소하기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 대학생들을 향해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홍콩 시위 지지 단체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이하 학생모임)은 19일 "전날 오전 홍콩과의 연대를 위한 레논벽이 훼손된 것을 발견했다"며 "레넌벽에 붙여뒀던 두꺼운 종이재질의 손 피켓이 찢어지고, 포스트잇까지 구겨졌다 펴져 누군가 의도적으로 훼손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학생모임은 "대학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홍보물 훼손 시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더 이상의 불필요한 마찰을 막기 위해, 고소장을 제출하고자 한다"며 "고소장 접수를 통해 홍보물 훼손을 시도하는 모든 분이 재물손괴죄라는 중죄에 해당한다는 점과 더는 없어야 할 잘못된 폭력임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20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 13일에도 한양대 인문과학관 1층에 마련된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 앞에서는 중국인 유학생 50여명과 한국인 학생 10여명이 대치했다. 최근 연세대에서도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학교 한국인 대학생들’이 학내에 게시한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이 지난달 24일과 지난 4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신원 불상의 인물들에 의해 무단 철거된 바 있다. 고려대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붙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는 게시된 날인 지난 11일부터 훼손과 보수가 반복되고 있다.
일부 중국 학생들의 폭력적인 행동도 논란을 일으켰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를 붙였던 한양대생 김모씨(23)는 지난 15일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 한양대 서울캠' 게시판에 ‘중국 학생 여러분, 좀 예의 바르게 삽시다’란 제목으로 글을 올리고 "웨이보에 사진이 무단으로 배포된 이후 왕십리를 지나가면 제게 동전을 던지는 사람이 많다"며 "홍콩 민주화운동이 폭도들의 소행이고 공공안전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의 시민성이 겨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지적했다.
한국외대에서도 지난 15일 대자보를 붙이던 한국인 학생의 얼굴이 노출된 종이가 붙었다. 해당 사진 옆에는 '나는 기생충 같은 화냥년이야' '나는 정신병 병원에서 나온 정신병이야' 등의 문구가 함께 적혀 있었다.
한편 레넌벽은 홍콩 시민들이 송환법 반대와 홍콩의 자유를 촉구하는 내용의 포스트잇 메모를 붙여놓은 공간을 가리킨다. 1980년대 체코 청년들이 독재 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비틀즈 멤버 존 레넌의 노래 가사를 벽에 적은 것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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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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