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美, 또 대놓고 이스라엘 편애...41년 만에 “서안지구 정착촌 합법”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9 15:51

수정 2019.11.19 17:04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유대인 사위를 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꾸준히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온 미 정부가 이번에는 41년간의 기존 입장을 뒤집고 이스라엘의 서안 지구 정착촌 건설이 국제법상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랍 및 유럽은 미국이 현지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며 일제히 반발했으며 이스라엘 정부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정부는 이스라엘 정착촌 문제에 대한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접근 방식을 전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서안지구 정착촌에 대한 미 정부의 입장은 수십년동안 일관성이 없었다"며 "지미 카터 정부는 1978년에 민간 정착촌 건설 활동이 국제법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결론지었지만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1년에 해당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정착촌 건설이 불법이라고 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모든 방면을 신중하게 살핀 결과 트럼프 정부는 레이건 정부에 동의한다. 서안지구의 민간 정착촌 그 자체는 국제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영국과 유엔은 1947년에 영국 보호령이었던 이스라엘 지역을 독립시키면서 유대인 거주지역(이스라엘)과 아랍인 거주지역(팔레스타인), 유엔 관할구역(예루살렘)으로 분할하려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듬해 먼저 독립을 선언하면서 주변 아랍국과 전쟁(1차 중동전쟁)을 치렀고 팔레스타인에게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만 남기고 나머지 영토 대부분을 가져갔다. 이스라엘은 이후 19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팔레스타인 전 지역을 점령하고 이스라엘을 통일했지만 격렬한 독립 투쟁에 부딪쳐 1993년 오슬로 협정을 통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립에 동의했다.

이스라엘은 3차 전쟁 이후 점령한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를 식민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했으며 현재 두 지역에 사는 유대인은 70만명에 이른다. 1949년에 체결된 4차 제네바 협정에 따르면 점령국이 피점령지에 자국민을 이주시키는 행위는 불법이다. 카터 정부의 1978년 결정은 정권마다 조금씩 달리 해석되긴 했지만 오바마 정부까지는 공식적으로 이어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18일 회견에서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했다"며 카터 정부의 입장이 "평화 정착이라는 대의를 증진시키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연정 실패로 올해만 2번 총선을 치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발표를 즉각 환영했다. 그는 성명에서 "유대인은 유대·사마리아(서안지구)를 식민화 하려는 외국인이 아니다"라며 해당 지역이 역사적으로 유대인의 것이라고 돌려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2월에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지난 3월에는 이스라엘이 3차 전쟁에서 시리아에게 빼앗은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땅이라고 인정했다.
미국은 올 하반기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협정을 중재한다는 입장이나 이같은 친이스라엘 행보로 인해 아랍의 극심한 반발을 받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표 당일 팔레스타인의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수반은 대변인을 통해 "미 정부는 신뢰를 잃었으며 향후 평화 협상에서 어떤 역할도 맡을 수 없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역시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을 향해 "모든 정착촌 활동은 국제법상 불법이며 장기적인 평화를 위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중 국가 해법 가능성을 약화시킨다"고 규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