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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산유국 이란의 휘발유값 파동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9 17:22

수정 2019.11.19 17:22

산유국 이란이 유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최근 정부가 단행한 휘발유 값 인상으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면서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 정보부는 지난 15~16일 이틀간 수도 테헤란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에 가담한 8만7000여명 중 약 1000명을 체포했다.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관공서를 습격하는 시위 과정에서 벌써 2명이 숨졌다.

국외자 관점에선 이란인들의 과격시위가 의아할 수밖에 없다.
휘발유 소매가격이 L당 1만리알(약 100원)에서 1만5000리알(약 150원)로 인상했으니 그렇다. 우리 돈으로 불과 '50원 인상'한 게 아닌가. 하긴 지구촌 반대편 칠레에서도 최근 정부가 지하철 요금을 50원 올리자 전국적 항의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원유 생산량 세계 7위인 이란인지라 작금의 휘발유 값 파동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이란 당국자의 설명으로 미스터리는 풀렸다. 모하마드 바게르 노바크트 예산계획청장은 17일 "휘발유 가격을 낮게 유지하려고 매년 20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출했다"고 털어놓았다. 그간 이란은 정제시설이 낙후돼 휘발유를 대부분 수입하고 있었다. 정부 보조금을 투입해 휘발유 값을 낮춰오면서다. 하지만 핵문제로 인한 미국의 제재로 재정난과 함께 보조금을 끊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택시 운전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란 서민층의 불만이 폭발한 셈이다.

이는 역대 이란 정부가 정유인프라 투자에 소홀히 한 결과일 게다.
강물을 싼값으로 공급하는 말레이시아가 싱가포르의 정수된 수돗물을 비싼 돈으로 되사는 것과 유사한 역설이 빚어지고 있으니…. 왠지 남의 일 같지도 않다. 우리 또한 '콩 값'(발전원가)보다 싼 '두부 값'(전기요금)을 유지하려고 공기업인 한전이 막대한 보조금을 지불해 오지 않았나. 한전과 정부 등 전력당국이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해 전기료를 올린다면 이란이나 칠레에서 보듯 중소기업과 서민층 등 사회적 약자들부터 직격탄을 맞게 된다.
과속 탈원전 드라이브 등 정부의 경제성을 도외시한 에너지수급정책이 위험해 보이는 까닭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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